1972년, 독일 뮌헨에서 올림픽이 다시 열린다는 사실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선 정치적 선언이었다. 인류 화합이라는 올림픽의 이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나치의 심장부였던 독일에서 가장 극적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서독은 이스라엘을 공식 초청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의 원죄를 씻고 미래로 나아가려 했다. 이스라엘 역시 국가 수립 이후 국제 사회에서의 입지를 다질 기회로 삼았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만남은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의 테러로 인해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뮌헨 올림픽 참사는 이미 수차례 영화로 재현된 바 있다. 그중에는 테러의 전말을 시간 순으로 묘사한 윌리엄 그레엄의 <검은 9월단, 21 Hours at Munich(1976)>이 있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뮌헨_(2005)>을 통해 이스라엘 모사드의 보복 작전을 심리극의 형태로 풀어냈다. 하지만 팀 펠바움의 <9월 5일: 위험한 특종(2024)>은 전혀 다른 각도를 택한다.
이 영화는 뮌헨 테러를 중계한 방송국 ABC의 스포츠 중계진을 중심에 둔다. 뉴스 제작진이 아닌 스포츠 담당자들이 현장을 보도하게 되면서, 혼란과 분노, 윤리적 갈등이 방송국 내부에서부터 피어오른다. 펠바움은 테러 현장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모든 사건은 멀리서 잡은 카메라 렌즈, 뉴스 화면, 그리고 희미한 총성이나 섬광을 통해 전달된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중계를 시청하던 당시 시청자들과 동일한 위치에서 사건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시점의 제한은 관객에게 오히려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인질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면서도, 동시에 방송국의 특종이 성공하길 바란다. 공포와 흥분, 안도와 죄책감이 겹쳐지는 순간들, 결국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비극의 진정한 관전자란 누구인가?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건을 영화로 본다는 건 스포일러가 다 드러나서 패가 다 까발려진 도박판에 오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팀 펠바움의 연출은 그런 단점을 다 잡아먹어 버린다.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어느새 우리는 1972년의 무더운 방송국의 혼잡함으로 들어가 버린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뉴스룸,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오보와 혼선, 그리고 마지막 순간, 오보로 인한 안도감과 실제의 비극적 결말이 교차되면서 영화는 절정에 이른다. 그때 관객은 비로소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사건임을 자각하게 된다.
펠바움의 이 작품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뮌헨에서 죽은 이스라엘 선수들의 그림자는, 오늘날 이란과 이스라엘, 가자지구와 미국 사이를 맴도는 전쟁의 그림자와 겹쳐진다. 4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계는 ‘복수인가 화해인가’라는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그러므로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과거를 들여다보는 영화가 아니라,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이며, 동시에 반복을 경고하는 영화다. 우리는 여전히 뉴스 화면을 바라보는 시청자다. 전환점을 놓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우리다.
**K People Focus 모하지 칼럼니스트** (mossisle@gmail.com)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며 아이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희망의 칼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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