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김동민 기자]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진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야심 차게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가 시행 1년차를 맞아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올해 첫 학기에만 무려 3만 2천여 명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미이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교육 현장의 깊은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기대와 함께 커지는 혼란 속에서 교육 당국은 부랴부랴 보완책 마련에 나섰지만, 교원 단체에서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 학점 미달 학생 3만 명… 학생들은 "낙인", 교사들은 "형식적 운영" 토로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최소 학업 성취 수준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해당 과목의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과목별 출석률 3분의 2 이상,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학점으로 인정됩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은 보충 지도를 받게 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미이수'로 처리됩니다 .
문제는 제도가 도입된 첫 학기, 전국 고1 학생의 7.7%에 해당하는 약 3만 2천여 명이 이 기준을 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마저 통과하지 못한 학생도 2천 5백여 명에 달했습니다 . 이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점 미달 기록이 마치 '낙인'처럼 작용하여 진학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 학생은 "대학교에서도 낙인을 찍는 셈"이라며, 심지어 이 기록을 지우기 위해 "자퇴 후 재입학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
학교 현장의 교사들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교원 3단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7명(74%)은 '미이수'를 피하기 위해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거나 점수를 후하게 부여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보충학습 역시 절반 이상이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고 답하며,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방증했습니다 .
◇ 교육부, 뒤늦게 보완책… 교원 단체는 "미이수 폐지" 요구
교육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고교학점제 보완책을 내놓았습니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중 보충 지도는 필수적으로 운영하되, 시수를 줄이고 교육감 재량에 따라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또한, 출석률 미달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100%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으며, 내년 1월까지 미이수 학생을 위한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
장기적으로는 교육과정 개정이 필요한 '학점 이수 기준 완화'도 검토 중입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와 논의하여 내년 새 학기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특히 선택과목에 한해서만 출석률을 적용하는 방안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는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이라는 학점제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교육부의 보완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장세린 사무총장은 "미이수 폐지나 평가 방식 전환 없이는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형식적인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로도 학교를 나오지 않는 학생들을 결국 '미이수' 처리하고 3년 후 졸업은 어떻게 시킬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요구했습니다 .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 개혁의 중요한 축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취지 또한 퇴색될 수 있습니다. 3만 명에 달하는 '미이수' 학생이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개인의 좌절과 교육 현장의 혼란을 직시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