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다가 우연히 오늘이 노인의 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년 노인의 날에는 100세를 맞이하시는 어르신들에게 국가에서 청려장(靑藜杖)이라는 지팡이를 수여합니다. 청려장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국가가 명예롭게 여긴다는 상징입니다. 2024년엔 2.658명이 받으셨고, 앞으로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23일부로 ‘초고령국가‘에 진입했습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를 넘어설 때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저출산·고령화’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늘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지요. 생산가능 인구의 급감, 잠재성장률 저하 같은 경제적 문제들이 끊임없이 거론됩니다.
이런 사실들은 전문가들이 수치를 바탕으로 예측한 ‘가능한 미래’일 것입니다. 하지만 숫자가 아무리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할지라도, 삶의 모든 걸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 <플랜75>가 떠오릅니다. 2006년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제작되어 국가가 고령화에 대처하는 극단적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75세 이상 노인에게 ‘합법적 조력자살’을 허용한다는 설정이지요.
세대 갈등, 늘어나는 보험료와 간병비, ‘비용’의 논리 속에서 노인의 ‘효용 가치’가 줄어든다는 이유입니다. 국가는 광고까지 하며, “자식과 손주에게 짐이 되지 싫다”는 심리를 파고들어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제 마음속엔 이 한 문장만이 남았습니다.
‘늙는 건 죄가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나(너)도 반드시 늙는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선생은 인생의 황금기를 60세에서 75세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시간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황혼이나 말년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한. 여전히 존엄한 ‘존재의 시간’이 아닐까요.
우리가 예측가능한 미래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예측은 언제나 틀릴 수 있습니다. 맬서스는 인구 폭발로 인류가 몰락하리라 했지만, 생산성 향상이라는 변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가 다시 일어선 것도 기적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해 보는 건 저만 범하는 오류일까요.
나이와 성별, 지식, 직업, 그리고 재산보유 정도를 떠나, 사람이기에 소외당하거나 외로움에 지쳐 자살을 택하는 어르신이 없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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