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라 한 모금에서 시작된 갈등의 본질
“동생이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 초등 5학년 아들의 이 말은 부모와 외조모의 화를 단번에 끌어올린다. 단순히 동생의 콜라를 빼앗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한 장면이지만, 사실 이 사건에는 충동 조절의 어려움, 책임 회피의 변명, 형제 간 경쟁심이 모두 섞여 있다. ADHD 아동의 경우 이런 갈등은 더 자주, 더 격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콜라가 아니라, 순간적인 욕구를 억제하지 못한 채 행동으로 이어지고, 이후 잘못을 정당화하는 과정에 있다.
ADHD 아동 행동의 특징과 오해
ADHD 아동은 흔히 “버릇없는 아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조절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하고 싶은 것을 참기 어렵고, 참은 후 생기는 긴장감도 크다. 그래서 눈앞의 물건을 빼앗거나, 순간적으로 주먹을 쓰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 뒤에는 죄책감도 있지만,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변명이나 책임 전가를 택하기도 한다. 이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려는 방어 반응이다. 따라서 “너는 왜 거짓말만 하니”라고 몰아붙이기보다는, 충동 억제와 책임 인식이 아직 미숙하다는 점을 이해하며 훈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와 외조모가 함께 지켜야 할 훈육 원칙 세 가지
ADHD 아동을 훈육할 때는 부모와 외조모가 같은 원칙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준이 다르면 아이는 혼란을 느끼고 갈등은 더 잦아진다.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일관성 있는 규칙
폭력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부모와 외조모가 같은 톤으로 전달해야 한다. 어떤 날은 눈감아주고 다른 날은 크게 혼내면 아이는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배울 수 없다.
짧고 명확한 피드백
ADHD 아동은 긴 잔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때리는 건 안 돼. 네가 원하면 말로 해”처럼 짧고 명확한 문장으로 즉시 피드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체 행동 가르치기
단순히 “하지 마”라고만 하면 공허하다. “먹고 싶으면 말로 ‘나도 마시고 싶어’라고 이야기해”처럼 구체적인 대안 행동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는 반복을 통해서만 새로운 방법을 습득한다.
갈등을 성장 기회로 바꾸는 대화법
형제 갈등은 오히려 사회성 훈련의 현장이 될 수 있다. 우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너도 마시고 싶어서 화가 났구나. 하지만 동생을 때린 건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어서 동생의 입장을 상상해 보게 한다. “네가 마시던 걸 누가 빼앗아 먹으면 어떤 기분일까?”라고 묻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사과와 회복 행동을 연결한다. “동생에게 사과하고, 다음에는 같이 나눠 마실 방법을 생각하자.” 이렇게 끝내야 아이는 행동의 결과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배우게 된다.
ADHD 아동의 형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다. 하지만 훈육의 방식에 따라, 아이는 충동만 앞서는 사람이 될 수도, 책임과 조절을 배우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부모와 외조모가 일관된 원칙을 유지하고, 짧고 명확한 메시지를 반복하며, 대체 행동을 꾸준히 가르칠 때, 형제 갈등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사회성을 기르는 수업이 된다.
오늘 밤 갈등이 생기더라도 이렇게 물어보자.
“이 문제를 그냥 싸움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내일을 위한 훈련의 장으로 만들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