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가기 위해서는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을 이용하여 항공편과 배편으로 이동한다. 수많은 관광객이 드나드는 이 두 장소에 제주의 비극적인 역사가 숨어있다.
제주국제공항의 이전 이름은 '정뜨르 비행장'이다. 정뜨르비행장은 미군정 비행장으로 사용되었으며 제주 4·3 당시 제주도 주민들을 총살하는 최대의 학살터였다.
제주 4·3 유해발굴사업에서 다량의 유해와 유품, 총탄 등이 발굴되어 제주 4·3 당시 국군에 의한 집단학살이 사실로 드러났다.
제주 4·3 사건 당시 군법회의(군사재판)와 예비검속 등으로 800여 명이 학살되어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4월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는 4·3 당시 행방불명됐다가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을 통해 75년 만에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 유족이 나왔다. 손자 김경현 씨 채혈로 유족들은 유해를 찾을 수 있었고, 유해가 섯알오름이 아닌 제주공항에 묻혀있었던 사실도 알게 됐다. 손자 김경현 씨는 "아버지께서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셨을 때 외치셨던 그 말, 저도 아버지께 외쳐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유해를 찾지 못한 유족들의 한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시커먼 아스팔트 활주로 밑바닥/ 반백 년 전/ 까닭도 모르게 생매장되면서 한 번 죽고/ 땅이 파헤쳐지면서 이래저래 헤갈라져 두 번 죽고/ 활주로가 뒤덮이면서 세 번 죽고/ 그 위를 공룡의 시조새가/ 발톱으로 할퀴고 지날 때마다 다시 죽고/ 육중한 몸뚱어리로 짓이길 때마다 다시 죽고/ 그때마다 산산이 부서지는 뼈소리 들린다/ 빠직 빠직 빠지지지직/ 빠직 빠직 빠지지지직' (김수열/'정뜨르 비행장')
제주국제공항 못지않게 붐비는 곳으로 제주항이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27년 5월 개항된 제주항은 제주특별자치도의 관문항이며 국제관광무역항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제주항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수탈과 4·3 당시 재판절차도 없이 불법으로 수많은 제주도민들을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가 수장학살한 장소이다.
제주항 맞은편에 위치한 주정공장수용소는 4·3 당시 주민들을 수용하던 최대의 수용소이자 감옥이었다. 이곳은 당시 귀순하거나 잡혀 들어온 주민들을 갖은 고문과 불법재판을 통해 육지부의 형무소로 보내거나, 인근의 사라봉이나 정뜨르 비행장으로 끌고 가 총살을 했던 곳이다.
'제주 4·3 진상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제주경찰서·주정공장 등지에 수감되어 있던 예비검속자 수백 명을 제주항으로 끌고 가서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가 대규모 수장학살을 했다고 밝혔다. 수장을 집행하면서 인적사항의 흔적을 없애려고 알몸으로 학살하였다. 몸이 퉁퉁 불은 알몸의 시신들이 바다에 떠오르기 시작한 1950년 가을, 수장된 시신을 먹은 갈치가 살찌고 컸다. 그해 제주 사람들은 갈치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몸이 퉁퉁 불은 알몸의 시신이 떠오르는 바다, 징그러울 정도로 살이 찌고 거대한 몸피를 가진 갈치가 활개 치는 바다. 유족들은 시신이 쓸려갔다는 대마도까지 찾아가 무혼굿을 하며 짠물에 수장된 그네들의 고통을 달래주기 위해 삼다수를 부었다.
4.3의 비극과 예비검속으로 인한 대량학살이 자행된 제주. 가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섬 제주. 그 섬에 가기 위해서는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을 거쳐야 한다.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을 찾는 이들이' 빠직 빠직 빠지지직' 부서지는 뼈소리를 듣지는 못하더라도 활주로 밑바닥에 깔린 원혼들과 알몸으로 수장당한 원혼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행동할 수 있기에 역사의 한가운데 지금, 여기, 서있는 우리는 눈을 똑바로 떠서 봐야 한다. 학살의 섬, 살육의 섬으로 피비린내 진동했던 세월을 견뎌낸 섬, 제주!
제주 사람들은 말이 투박하고 짧아서 다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지옥에서 살아남아 비극적인 역사를 건너온 자들이 터득한 생존방식일 것이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섬에 가고 싶다. 여전히 아름다운 제주를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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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품다'는 뜻이다. 4.3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제주 사람들은 '쿰의 정신'을 계승한다.
K People Focus 현혜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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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의 맹시] 출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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