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친구가 추천해 준 유튜브 방송을 봤습니다.
재테크 관련 영상이었는데, 부동산에 잔뼈가 굵은 출연자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합니다.
“40대 후반까지가 재테크를 시도할 수 있는 유효한 시기입니다.”
그는 대부분이 30대 초반부터 경제생활이 시작되고, 60대 이후에는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해외여행이나 맛집 순례, 외제차, 명품 등에 돈을 쓰기보다 50세가 되기 전에 목 좋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어제 정부가 강력한 수요 억제책인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시선은 여전합니다. 성실하게 살던 이들을 비꼬는 표현으로 비판받았던 ‘벼락거지’라는 단어가 최근 다시 등장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부동산도, 주식도, 금도, 코인도 오릅니다. 모든 자산이 오릅니다. 감당할 수 없는 국가 부채를 상쇄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그럴수록 자산은 더 오르고, 노동의 가치는 점점 뒤로 밀려납니다.
노동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는 이제 완전히 끝난 걸까요.
복잡한 마음에 컴퓨터의 모든 창을 닫았습니다. 바탕화면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인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앞바다의 큰 파도〉가 보입니다.
거대한 파도 앞에서 배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 거대한 물결 앞에서 흔들리고 휘둘리는 모양이 꼭 저를 보는 거 같습니다.
그때 문득, 연휴 동안 읽었던 한강의 〈디 에센셜〉 에필로그가 떠오르더군요.
“사주에 역마가 있어 여러 곳을 옮겨 다녔지만, 오직 쓰기만은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내 유일한 집이었다.”
그리고 필사하던 책에서 만난 문보영의 〈일기시대〉 속 문장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일기가 집이라면, 소설이나 시는 방이다. 일기라는 집에 살면 언제든 소설이라는 방으로, 시라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집’.
재테크의 관점에서는 50세 되기 전에 매입해야 할 아파트이든,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본질적인 공간이든, 우리에게 집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짜 집은, 세상의 파도 속에서도 내가 나로 설 수 있는 공간을 뜻하는 건 아닐까요.
최근 외부 환경에 많이 휘들린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작가들의 문장에 기대어 다짐해 봅니다.
읽고 쓰기를 놓치는 순간, 그건 ‘벼락’처럼 찾아오는 내면의 빈곤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마음의 집에서 이렇게 목요 편지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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