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의하면 가을은 하루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부터 가을의 시작으로 본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을의 평균 기온은 18~22도 사이로 춥지도 덥지도 않은 쾌적한 온도를 이루고 있다. 인체공학적으로 볼 때 바로 이런 날씨가 책 읽기 가장 좋은 날씨라고 한다.
또 가을은 다른 계절보다 하늘이 높고 파랗다. 그 이유는 빛의 산란에 있다. 햇빛은 지구의 대기층을 지나면서 빛의 산란을 일으키게 되는데,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증기나 먼지가 적은 가을은 산란이 잘 되는 파란색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되므로 가을 하늘은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높고 푸른 하늘이 된다고 한다. 이런 자연적 하늘의 특성이 독서를 통한 사색이나 명상을 유도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을 날씨는 인간의 영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가을의 싸늘한 바람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이 쓸쓸하고 고독해진다. 그 이유 역시 계절적 날씨에 따라 우리 몸의 신경호르몬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신경호르몬 중에는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이 있는데 가을이 되어 일조량이 줄어들면 세로토닌의 분비량도 줄어들게 되므로 그만큼 마음이 쓸쓸하고 고독해진다는 것이다. 또 가을에는 낙엽이 지므로 그런 시각적 요인도 우리를 쓸쓸하고 외롭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 한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이런 쓸쓸함과 심란함을 안정시키는 묘약 중의 하나가 바로 독서라고 한다. 영국의 서섹스대학교(University of Sussex) 인지신경심리학자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박사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책을 읽을 때는 스트레스 수준이 68%나 감소하고, 심장 박동수도 낮아지고, 근육의 긴장도 풀어진다고 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이유는 기온이 이렇게 책 읽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열매가 익어가듯 사람도 성숙되어 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명사들이 남긴 독서에 관한 명언들을 보아도 독서가 인간의 성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몇몇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의 이름난 정치가였던 키케로(Cicero)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라 했고, 노장사상의 주인공인 장자(莊子)는 「천하편」에서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남아수독오거서: 男兒須讀五車書)”라 했고, 소크라테스는 “남의 책을 읽는 것은 남이 경험한 지식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길이다”라 했고, 영국의 정치가 체스터필드(Chesterfield)는 “가장 훌륭한 벗은 가장 좋은 책이다.”라 했고, 영국의 사학자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책 속에는 과거의 모든 영혼이 가로 누워 있다.”라 했다.
또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라 했고,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라 했고,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Emerson)은 “보기 드문 지식인을 만났을 때는 그가 무슨 책을 읽는가를 꼭 물어보라.”고 했고,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반 고흐(van Gogh)는 “자식에게 황금 한 상자를 주는 것은 경서(經書) 한 권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천금을 주는 것은 그들에게 한 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독립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안중근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인에 가시가 돋힌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라 했고, 로마의 정치가 시져( Caesar)는 “약으로 병을 고치듯이 독서로 마음을 다스린다.”라 했고,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는 “음식물로 체력을 배양하고, 독서로 정신력을 배양한다.”라 했고, 미국의 루즈벨트Roosevelt) 대통령은 “배 없이 해전에서 승리할 수 없듯 책 없이 사상전에서 이길 수는 없다.”고 했다.
독서에 관한 위의 명문들을 종합해 보면 “책은 갈 길을 몰라하는 나에게 갈 길을 제시하고, 혼미한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는 것이다. 가을의 독서는 가을의 찬 날씨만큼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가을의 익어가는 열매만큼 우리의 영혼을 익어가게 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만사 모두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예부터 가을은 최고 독서의 계절로 자리 잡아 온 만큼 이번 가을은 꼭 한 권이라도 책을 읽으면서 보내도록 하자. 그것도 가벼운 책이 아니라 차가운 가을 날씨만큼 우리의 영혼을 차갑게 일깨워주는 책을 읽도록 하자. 내가 나의 저서 『정경천법(政經天法)』을 지난주부터 신청한 독자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독서의 계절에 맞는 최고의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이다. 이런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책을 신청하는 독자들이 많아 책을 선물하면서도 신이 난다. 이번 가을에는 내 영혼을 살찌울만한 책을 꼭 한 권씩 읽자.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