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덮이는 눈꺼풀을 끌어올리는 안간힘이 새롭습니다. 한창 공부할 때 일할 때 썼던 힘인 듯한데 베이비부머 학습센터에 와서 수강생들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놀라 깨기를 반복했는데요. 경기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에서 3회 과정으로 진행하는 ‘치유의 글쓰기’ 강좌 첫 수업에서 말입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3주 과정으로 얼마 전에 마친 ‘퍼스널 브랜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마주친 이가 셋이나 보입니다. 말을 트지는 않았지만 스물 남짓 앉아있는 수강생들 사이로 바로 알아본 게 모종의 동질감 때문인 듯합니다. 은퇴한 지 얼마 안 됐다 한 것 같거든요. 다른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동선이 겹칠듯합니다.
이번에도 하던 일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그들의 어깨가 살짝은 심심하게 굳어 보입니다. 몸에 반은 30년 이상 근무하던 자리에 여전히 앉아있는 양. 저는 일할 때처럼 이미 다 써버린 힘을 다시 끌어내고 있는 중일 테고요. 주체할 수 없는 졸음을 이겨내려 버티다 편두통이 생길 지경이니 말입니다.
어둠이 가시기 전 반려견과 산책하고 곧 수영 강습을 받으러 갔습니다. 상급반이라고 코치 설명 없이 거의 한 시간, 20미터 레인을 돌고 돌았습니다. 서른 바퀴쯤 돌았을까 상기된 몸을 씻고 노인주간보호터센에 등원할 엄마를 도와드리고 의례적으로 들어오는 톡을 열어볼 새도 없이 평생교육센에에서 운영하는 영상제작 수업을 듣기 위해 네비 켜고 낯선 동네로 달려갔다 오니 1시 30분입니다. 이때까지 먹은 거라곤 요구르트 하나 빵하나가 전부.
집으로 들어서자 겅중겅중 뛰며 반기는 반려견들을 건성으로 쓰다듬고 텀블러며 잡동사니를 잔뜩 담아 무겁게 들쳐 맨 배당을 어깨에서 흘러내리게 놔두고 냉장고 문을 열어 당장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두서없이 꺼내 그 자리에서 먹곤 몸에 전원이 꺼진 듯 멍해졌습니다.
그제야 말이 길어질 것 같아 흘낏 보고 넘겼던 친구의 톡을 열었습니다. 내일 충주로 놀러 가자는 메시지에 못 간다 답해야 해서 톡보다는 전화를 하기로 합니다. 20분 여분 못 가는 이유를 에두르고 끊고 나니 달갑지 않은 남편의 이른 퇴근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월요일부터 추워진다며 화분을 들여놔야 한다고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서 부산을 떱니다
정원에 주욱 늘어서있는 많은 화분을 방으로 들여놓으려면 해질녘이나 끝날 텐데 일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가야지 싶어 힘겹다는 과한 동작으로 화분 몇 개를 2층으로 올려놓고 3시에 시작하는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첫 수업에 늦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두 눈 부릅뜨고 운전해서 도착하자마자 졸고 있는 겁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분주한 건지 시간을 쓰는 방식은 은퇴하고도 그대로인 모양입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낭비된다 생각하는 건지, 불안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생계와 무관했던 것들에 대해 궁금한 거라 여기렵니다. 누군가 몸은 바빠도 마음은 여유롭게 살라던데 ‘내 마음’은 ‘내 몸’에 있지 않고 지금에 있지 않고 나댑니다.
독자님 제가 왜 이러는 걸까요. 지금, 그대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요.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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