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영어는 달라야 한다 - 영어원서 에리히프롬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

에리히 프롬이 이야기하는 소유냐 존재냐 

 

 ‘소유냐 존재냐’ 영어 제목은 ‘To Have or To Be?’이다.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쓴 책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이 두 가지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교육을 전공한 이의 관점에서 배움도 이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로 배움에 대해 ‘I have knowledge’와 ‘I know’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전자는 ‘나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로 보면 될 것이고 후자는 ‘나는 안다’이다. 

 지식을 가지고 있다,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지식이 자기 것이 아니다.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순간은 본인 것이지만 쉽게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한 것이 인문학 열풍이다. 최근 인문학이 유행하며, 물건을 사듯 강의를 다니며 지식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가서 몇 마디 듣고 저기 가서 몇 마디 들은 후 아는 척을 하며 인문학 지식 자랑을 한다. 인문학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핵심은 놓친 채, 몇 가지 지식을 소유한 것으로 만족한다.

 

 지식을 소유하는 사람은 기록에 신경 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잊어버릴까 여기저기 써 놓는다. 그러나 써 놓은 공책 등을 잃어버리면 그 지식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반면에 ‘나는 안다’는 것은 내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내 것이며 외부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에 저장된 것이다. 그 앎은 내가 필요할 때 꺼내어 쓸 수 있고, 일상에서 나는 생각하지 않고도 그 앎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나는 안다’ 설명을 읽으며,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불교를 깊이 이해할 만큼 지식이 깊지는 않다. 그러나 불교 이야기 속에서 계속 생각했던 주제가 그 자리 그 순간에 무언가를 행할 뿐, 그 전도 후도 없는 홀가분한 태도였다. 

 큰 스님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계산해서 행동하기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에 밴 대로 행동하지만, 그게 도를 행하고 바른 일을 행하고 있는 그런 이야기가 많았다. 에리히 프롬도 앎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이야기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태도로 아는 것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배움은 내가 필요한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전반적으로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정한 것을 학습하기보다 내 것이 될 만한 것을 배우는 것이다. 고학력자라도 정해진 틀에서 배운 것만 이야기한다면 지식을 소유하는 상태이지, 알고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생각보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강좌도 많고 관련 자료들도 많다. 그러나 이것을 나의 내부에 머물게 하여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배운다기보다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인간이 동물과 차별화되는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이 능력은 쓰지 않으면 퇴화하게 된다.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문맹률이 높은 지역 사람들이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가 만났던 사람에 대해 자세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에리히 프롬 자신도 만났던 사람을 기록에 의존하기보다 기억에 의존하여 생각해 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으로 새로운 화두가 생겼다. 내 기억력 향상을 위해 외부 도구가 아닌 내 안에 기억이 남아 있게 하는 게 필요한지 의문이 생겼다. 가끔 사람을 기억하지 못해 미안한 때도 있는 사람으로, 노력하면 더 잘 기억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교육을 전공한 사람으로 지식의 내재화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험 끝나고 잊어버리는 휘발성 지식이 아닌,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앎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삶에 필요한 앎을 위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습득 후 내 것이 되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것을 이해하는 분을 가르치는 여정이 행복하다. 

작성 2025.11.13 22:10 수정 2025.11.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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