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양치승을 막아라: 서울시가 정보 비대칭을 해체한 날

숨겨진 관리운영권, 시민 피해를 낳다

건축물대장 공개 확대, 정보 비대칭의 균열

행정 절차의 투명성 회복과 그림자 규제의 소멸

 

사진=양치승 인스타그램

 

 

보이지 않는 정보가 만든 비극 

 

 

“왜 임차인은 마지막에야 쫓겨날 운명을 알게 되는가.”
양치승 관장의 사례는 단순한 ‘전세 피해’가 아니었다. 공공시설을 민간이 운영하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임차인은 반드시 알아야 했던 정보—관리운영권 만료일—을 알 수 없었다. 이 정보는 건물의 구조처럼 명백한 사실임에도, 어디에도 적히지 않았고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 작은 부재는 한 사람의 생계, 한 사업장의 존속, 나아가 수많은 임차인의 안전망을 뒤흔드는 파도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바로 그 지점을 겨냥했다. ‘제2의 양치승’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숨겨진 정보를 밖으로 끌어내는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건축물대장에 단 한 줄 추가하는 것, 그리고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를 상시 공개하는 것.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그 파괴력은 크다. 그동안 지자체 방문이나 전화로만 알 수 있었던 정보가 공개되면서 임차인은 계약 전 스스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도시의 신뢰도는 ‘얼마나 숨기지 않는가’에서 시작된다.

 

 

서울시의 새로운 변화는 한 개인의 피해에서 출발해 행정의 신뢰, 도시의 투명성을 재정의한다. 정보의 비대칭이 무너지는 순간, 시장의 질서는 새롭게 재편된다. 이 칼럼은 그 변화의 첫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민간투자 공공시설과 정보의 사각지대 

 

 

민간투자 공공시설은 민간사업자가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짓고 일정 기간 운영권을 받은 뒤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이 ‘운영 기간’이 임대차 계약의 핵심 변수임에도 서류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축물대장은 건물의 구조, 용도, 면적 등은 기록하지만, 관리운영권 같은 민감한 정보는 ‘관행적으로 생략’돼 왔다. 법으로 명확히 금지된 것도 아니지만, 굳이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기묘한 관행—바로 이것이 그림자 규제였다. 결국 임차인은 운영권 만료일을 알 방법이 없었다. 건물주는 알려줘도 되고 안 알려줘도 되는 구조였다. 시장의 기본 원리인 ‘정보에 기반한 선택’이 성립하지 않았으니, 거래는 언제든지 위험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문제점의 본질이 규제 과잉이 아니라 규제 공백에 있음을 정확히 짚었다. 그래서 규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먼저, 누락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선택했다. 동시에 건축위원회 외에는 백과사전처럼 뒤져야 했던 각종 심의 결과도 공개해 건축·정비 절차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다. 도시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선택이다. 투명성이 늘어나면 피해는 줄고, 불확실성은 사라진다. 이제야 비로소 임대차 시장은 정상 궤도에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전문가·시민·행정이 본 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한다. 첫째, 행정 정보 비대칭 해소로 인한 예방 효과다. 관리운영권 기간이 공개되면, 임차인은 계약 전 위험성을 직접 판단할 수 있다. 부동산법 전문가들은 “건축물대장에 정보가 기재되는 순간, 임차인의 협상력이 극적으로 강화된다”고 평가한다.

 

 

둘째는 도시정비·건축 행정의 예측가능성 제고다. 그동안 구조안전·굴토 전문위원회, 모아주택 통합심의위원회 등의 결과는 분산되어 있었다. 필요하면 찾을 수는 있었지만,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이 어려웠다. 업계에서는 “심의 결과를 공개하면 건축주·설계자·사업자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동일한 기준을 공유할 수 있다”며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시민 의견도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 특히 전세·임대차 시장에서의 피해는 단순히 금전 손해를 넘어 삶의 기반을 흔들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정보 공개는 최소한의 방패”라고 강조한다.

 

 

행정적으로도 큰 변화다. 서울시는 이번 조치를 ‘규제철폐 153·154호’로 명명하며 ‘규제 철폐’가 곧 ‘규제 완화’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오히려 불필요한 관행적 규제—즉 그림자 규제—를 제거하고, 필요한 정보만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규제 혁신이라는 입장이다.

 

 

이창현 규제혁신기획관은 “시민이 꼭 알아야 할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개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시 행정의 방향성이 ‘감추기’에서 ‘드러내기’, ‘전문가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조치는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예측가능한 도시를 향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투명성이 확대될수록 피해는 줄고, 사회적 신뢰는 커진다.

 

 

정보 공개가 바꾸는 시장의 질서

 

 

정보의 비대칭은 시장 실패를 낳는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임대차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관리운영 기간이 숨겨진 상태에서 임차인은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축물대장에 이 정보가 기록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첫째, 계약 위험은 사전에 걸러진다.
임차인은 건축물대장을 발급받는 것만으로 운영권 만료일과 운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통상적인 권리분석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정보다. 과거에는 임차인이 지자체에 직접 문의해야 했고, 담당자마다 답변이 달라 불확실성을 키웠다. 정보의 명확성은 계약의 안전성을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둘째, 공정한 협상 구조가 형성된다.
운영기간이 짧은 건물의 임대료는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은 더 이상 “모르고 계약한 사람”이 아니다. 건물주는 명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적정 임대료를 책정해야 하며, 이는 시장의 정상화로 이어진다.

 

 

셋째, 심의 결과 공개는 건축 품질과 사업 효율성을 높인다.
심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요인을 사업자들이 미리 파악하면, 설계와 계획 단계에서 반영할 수 있다. 이는 불필요한 재심의를 줄이고 사업 기간을 단축하며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서울시가 ‘상시 게시’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넷째, 그림자 규제 철폐는 행정의 신뢰를 키운다.
규제가 명문화되지 않고 관행적으로만 작동하는 경우, 행정은 자의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정보 공개는 규제의 기준을 문서화하고 과정화한다. 시민은 언제든지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예측가능한 행정의 핵심이다.

 

 

다섯째, 도시는 투명성으로 성장한다.
정보가 공개되면 시장의 취약지점이 드러나고, 정책은 그 지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서울시의 이번 개선은 단순히 한 사건을 막기 위한 임시조치가 아니라, 도시 운영 패러다임 전체를 투명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다.

 

 

결국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임대차 시장의 안전망이며, 도시정비·건축 절차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다. 제2의 양치승 사태는 더 이상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아니라, ‘예방 가능한 위험’이 됐다.

 

 

‘투명한 도시’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서울시는 지금 도시 행정의 새로운 기준을 내놓았다. 정보를 감추지 않고, 전문가만 접근할 수 있는 경계를 허물고, 시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행정—이것이야말로 현대 도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제2의 양치승 사태는 우연이 아니었다. 정보가 막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건이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그 벽을 허무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이것은 출발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임대차 정보, 건축 정보, 정비사업 정보가 더 넓은 범위에서 자동화·표준화된 방식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기술과 제도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남은 것은 행정이 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느냐다.

도시의 투명성은 결국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투명한 행정이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강한 시장을 만든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더 공개해야 제3, 제4의 사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정보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정답은 명확하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서울시의 이번 선택은 그 당연한 사실을 되돌려주는 과정이었다.

 

 

작성 2025.11.14 10:18 수정 2025.11.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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