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에 숨은 과학, 문화유산이 되다 - 한국 전통건축이 말해주는 보이지 않는 기술의 비밀

전통건축 목재 분석으로 드러난 문화재의 구조·재료·환경 가치 재조명

국보·궁궐·사찰에 남겨진 목재 선택의 이유, 과학으로 밝힌 선조의 기술

탄소저장·지속가능 자원으로 바라본 목재문화유산의 현대적 의미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우리 문화유산에 사용된 목재의 특성과 기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간행물 「이木저木 목재문화유산」을 발간했다. 이번 간행물은 단순한 문화재 안내서를 넘어, 전통 건축물과 생활공예품에 쓰인 목재의 물리적 성질과 구조적 역할, 나아가 탄소 저장 능력까지 과학적으로 해석하며 ‘목재문화유산’의 개념을 새롭게 확장했다.

 

이번 간행물은 문화유산에 쓰인 목재의 구조적·음향적 기능과 환경적 역할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전통 목조문화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탄소저장량 산정은 
목재문화유산의 현대적 가치를 드러내며,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에 대한 
정책적·학술적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제공=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은 궁궐·사찰을 비롯해 목가구, 악기, 공예품 등 다양한 문화재에 사용된 목재를 분석해,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재료 선택 기준과 기술적 원리를 규명했다. 우리 전통건축에서 목재 선택은 단순한 미적 취향이 아니라, 기능과 내구성을 정확히 고려한 과학적 판단이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복궁, 진남관 등 주요 건축물의 기둥에 곧고 결이 치밀한 소나무가 쓰인 점이 소개됐다. 이는 구조적 안정성과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목재의 강도와 건조 특성 등이 면밀히 고려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기둥에 느티나무가 사용된 건물의 경우, 충격 흡수 능력과 강성이 뛰어난 재질적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악기에서도 이러한 목재 선택의 지혜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문고에 오동나무가 사용된 이유는 넓은 세포 내강과 높은 공극률이 만들어내는 뛰어난 공명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는 음향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목재의 미세 구조까지 이해하고 활용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번 간행물이 주목받는 핵심은 문화재 목재가 지닌 탄소저장 기능을 정량적으로 제시한 점이다. 연구진은 국보 제1호 숭례문 복원에 사용된 소나무 약 503㎥를 분석해, 해당 목재가 약 415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유산을 넘어, 생태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살아있는 탄소 저장고’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목재문화유산은 건축물의 수명이 지속되는 동안 탄소를 고정하고 있으며, 이는 목재 활용이 기후위기 시대에 가지는 역할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로 작용한다. 전통 건축물의 유지·보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목재의 활용과 재순환 역시 지속가능한 자원 관리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진은 이번 간행물이 전통 건축에 담긴 과학적 원리와 목재의 환경적 가치를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양지윤 연구사는 “목재문화유산은 선조들의 생활 기술과 환경 지혜가 응축된 기록”이라며 “과학기반의 분석을 통해 문화재 목재의 활용 가치를 폭넓게 알리고, 지속가능한 목재 이용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정책, 문화재 관리 체계, 목재 산업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참고할 수 있다. 연구진은 추가 분석 자료와 현장 기반 연구를 지속해 목재문화유산의 체계적 관리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전통문화유산에 사용된 목재의 물성과 구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번 연구는, 과거의 기술과 현재의 과학을 연결하는 중요한 성과다. 목재문화유산을 단순한 건축자재가 아닌 기후 대응 자원으로 재조명하며, 지속가능한 목재 활용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앞으로 이 연구가 문화재 보존, 탄소중립 정책, 목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성 2025.11.17 09:19 수정 2025.11.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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