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두려웠던 엄마, 불안을 닮은 아이

“엄마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 이 질문은 단순히 다섯 살 아이의 떼쓰기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존재가 사라질까 두려운’ 깊은 불안이 숨어 있다.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은 모든 아이가 거치는 발달적 과정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그 강도가 유난히 높다. 흥미로운 점은 — 그 아이의 엄마 역시, 어린 시절 같은 불안을 품고 자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서 “아이의 불안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안전함을 경험하지 못할 때 강화된다”고 말했다.
만약 엄마가 어린 시절 “버려질까봐 사랑에 매달리거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했던” 경험이 있다면, 아이는 그 정서를 감지하고 동일한 생존 패턴을 따라 한다. 아이의 눈에 어머니는 ‘불안한 안전기지(anxious secure base)’가 된다. 즉, 곁에 있지만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아이는 엄마의 긴장된 얼굴, 예민한 반응, 불확실한 표정을 감지하며 “세상은 안전하지 않다”는 내면 지도를 완성해간다.
세대 간 애착의 유산: ‘내가 받은 사랑’이 ‘주는 사랑’을 결정한다
분리불안을 반복하는 가족의 특징은 ‘애착의 대물림’이다. UCLA의 정신의학자 대니얼 시겔(Daniel J. Siegel)은 『The Developing Mind』에서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통합하지 못하면, 아이는 그 감정을 대신 느끼며 표현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엄마가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아이가 대신 느낀다. 이 현상은 ‘세대 간 정서 전이(transgenerational emotional transmission)’로 불린다. 독일의 정신분석가 헬렌 도이치(Helen Deutsch)는 이미 1940년대에 “어머니의 미해결된 불안은 자녀의 정서 구조를 통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아이의 분리불안은, 실제로는 엄마의 내면 불안의 ‘확성기’일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부모의 완벽함’이 아니라 ‘감정의 자각’이다. 하버드 의대의 메리 메인(Mary Main)은 “과거의 애착이 불안정해도, 부모가 자신의 과거를 ‘의식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안정 애착을 형성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과거를 치유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때의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의 아이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불안의 되물림을 멈추는 세 가지 양육 행동
(1) 감정의 ‘이름 붙이기’를 배운다
아이가 울거나 엄마를 찾을 때 “왜 이렇게 매달려?”라고 반응하기보다 “지금 엄마랑 떨어지기 싫은 마음이구나”라고 감정을 언어화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심리학자 수잔 존슨(Susan M. Johnson)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가 뇌의 편도체 불안을 줄이고, 전전두엽의 조절 기능을 활성화한다”고 했다. 즉, 말로 표현된 감정은 통제 가능한 감정이 된다.
(2) ‘안정된 반복’을 통해 예측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준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아침 인사, 저녁 책읽기, 엄마가 떠나기 전의 포옹—는 단조로워 보이지만, 아이의 불안을 ‘예측 가능한 세계’로 바꿔준다. 예측 가능성은 아이에게 ‘통제감’을 주며, 이는 곧 정서적 안전의 기초다.
(3) 엄마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쉼’을 갖는다
아이의 불안이 높을수록 엄마는 자기조절(self-regulation)에 힘써야 한다. 미네소타 대학의 트리시아 윌리스(Trisha Willis)는 “부모의 스트레스 수준은 아이의 코르티솔 반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엄마의 휴식·명상·상담·지지모임은 단순한 자기돌봄이 아니라 ‘아이의 신경계 안정’을 위한 과학적 개입이다.
아이의 불안보다, 내 마음의 안전을 먼저 지켜야 한다
많은 엄마들이 말한다. “내 아이가 나처럼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아이의 불안을 멈추려면, 먼저 엄마의 마음이 안전해야 한다. 심리학자 앨리스 밀러(Alice Miller)는 『가면을 쓴 부모』에서 “부모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지 못하면, 아이는 그 상처를 대신 느끼며 성장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치료의 대상’이 아닌 ‘거울’로 본다면, 불안의 근원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 자신의 내면임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분리불안의 치유는 아이의 훈육이 아니라, 엄마의 자기 공감에서 시작된다. 오늘 하루, 거울 앞에서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충분히 좋은 엄마다. 그리고 내 아이도, 이미 안전하다.”
분리불안을 가진 아이는 ‘사랑받고 싶어하는 엄마의 내면 아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감정을 이름 붙이고, 반복적인 안정의 루틴을 만들어간다면 — 엄마와 아이 모두 조금씩 안전해질 수 있다. 세대 간 불안의 고리를 끊는 것은 완벽한 육아가 아니라,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