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패스트푸드점, 카페, 심지어 분식집까지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가 기본이 된 시대다. 젊은 세대에게는 편리한 도구지만, 노년층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기계일 뿐이다.
70대 중반의 김모 씨는 햄버거 한 개를 주문하기 위해 5분 넘게 화면을 터치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뒤에서 줄을 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사람한테 말하면 금방 끝나는 일인데, 기계는 내가 뭘 잘못 누르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러한 불편은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사회가 특정 세대의 속도를 고려하지 못한 결과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대면’이라는 이름 아래 ‘비배려’의 현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을 이유로 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편리함’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42%가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조작 방법을 몰라서’(54%), ‘글씨가 작고 복잡해서’(33%), ‘도움받을 직원이 없어서’(28%) 순이었다.
이택호 교수(수원대학교 경영학전공)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사회적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인간적 관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완하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비인간적인 서비스’의 아이러니가 바로 여기 있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면서 인간적인 상호작용은 사라졌다. 매장 직원은 줄어들고, 고객의 불편은 증가했다. 노년층에게 식사는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키오스크는 그 교류의 문을 닫아버린 셈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디지털 포용’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일회성 교육이나 단순한 매뉴얼 배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기술의 인간화’다. 키오스크 화면의 글자 크기, 음성 안내, 간소화된 UI, ‘도움 요청’ 버튼 등은 충분히 구현 가능한 기능이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을 배제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혁신이다.
이택호 교수 또 “디지털 포용이란 단순히 노인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연령 다양성을 고려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기술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향해 있어야 진정한 디지털 복지사회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 ‘노인 친화형 키오스크’를 도입한 일부 프랜차이즈처럼, 세대 간 격차를 줄이는 노력은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디지털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편리함이 ‘배려’를 대체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주문할 수 있는 사회’보다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더 따뜻하다.
기계는 인간을 대신할 수 있지만, 공감은 대체할 수 없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도록, 이제는 ‘속도’보다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