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 불균형과 인간관계의 단절을 보여주는 심각한 경고음이다.
학업과 경쟁, 고립과 불안이 일상화된 청소년 사회에서 생명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교육계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에서부터 ‘생명존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생명존중교육이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입되거나 자율활동 시간을 통해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죽지 말자’는 식의 자살예방 중심이 아니라, ‘삶의 이유를 찾는 교육’으로 방향이 전환된 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생명 톡톡 클래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다. 교사는 강의자가 아니라 ‘동행자’로서 학생 곁에 서 있다.

한국자살예방센터 정택수 센터장은 “생명존중교육은 자살을 단순히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의 회복력(resilience)’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생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힘을 기를 때 비로소 사회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생명존중교육이 ‘살아 있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핵심적 교육이며, 한국 사회의 정서적 회복을 이끄는 실질적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 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생명존중교육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택호 강사(수원대 교수)는 다양한 학교와 기관을 돌며 생명존중 특강을 하고 있다. 이 강사는 “생명존중교육은 학생들에게 ‘죽음의 무게’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유를 발견하게 하는 교육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청소년들이 ‘나는 소중하다’는 확신을 가질 때, 극단적인 선택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그 확신을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택호 강사의 강의는 이론보다 ‘공감’과 ‘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훈련을 통해 공감의 언어를 배운다. 한 학생은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의 조사 결과, 생명존중교육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우울감 지수는 평균 30% 이상 감소했고, 자살 충동 경험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교육 현장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생명존중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생명사랑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며, 상담센터와 멘토링 프로그램, 주민 대상 교육을 결합한 통합형 생명존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 단위의 자살률이 실제로 감소하는 성과도 나타났다.
정택수 센터장은 “생명존중은 학교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다. 가정·학교·지역이 함께 생명존중 문화를 만들어갈 때 진정한 변화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정부, 기업도 생명의 가치를 지켜내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명존중교육은 단순히 ‘죽음을 막는 교육’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회복시키는 ‘삶의 교육’이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생명존중교육은 그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실질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
이택호 강사가 말한 ‘삶의 이유를 찾는 교육’과 정택수 센터장이 강조한 ‘공감의 회복력’은 지금 한국 사회가 반드시 붙잡아야 할 핵심 가치다. 학생 한 명이 “나는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실,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넘어설 수 있다. 생명존중교육은 그 시작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