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돌아오면서 병원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 “도대체 왜 병원마다 가격이 이렇게 다르냐”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마다 접종비가 2만 원대부터 4만 원 후반까지 다양하게 책정돼 있어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두고 고민이 깊다.
전문가들은 병원별 접종비 차이는 단순한 ‘바가지’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우선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백신의 종류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세 가지 균주를 예방하는 3가 백신과 네 가지 균주를 막는 4가 백신으로 나뉜다. 4가 백신의 제조 단가가 높아 병원 판매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병원이 백신을 공급받는 과정도 영향을 미친다. 대형병원이나 병원 체인은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개인병원이나 소규모 의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백신을 들여와야 한다. 여기에 보관시설 유지비, 접종 전 진료 절차, 인건비 등이 더해지면 전체 비용은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다. 한 의원 관계자는 “백신을 냉장 상태로 보관하고 매일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며 “병원마다 이런 부대비용이 달라 접종비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진료 절차나 서비스 구성도 요인이다. 일부 병원은 간단한 문진 후 바로 주사를 놓지만, 어떤 곳은 체온 측정·문진표 작성·의사 상담 등 절차를 더 꼼꼼히 진행한다. 또한 접종 후 이상 반응을 확인하는 ‘사후 관리’를 포함하는 병원도 있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병원마다 주사기·소독 패드·예진 기록지 등 소모품을 별도 청구하거나 포함하는 방식이 달라 실제 체감 금액에 차이가 난다.
정부의 무료접종 제도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 임산부, 생후 6개월부터 만 13세까지의 어린이는 보건소나 지정 병원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외의 성인은 자비로 접종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가격 편차가 두드러진다. 특히 직장인이나 대학생은 회사나 학교 단체 접종이 아닌 이상 병원별 가격을 일일이 비교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예방접종비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병원마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다만 과도한 차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현재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병원별 가격을 공개하고 있지만, 예방접종 항목은 아직 의무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비자단체는 이에 대해 “접종비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은 정보 비대칭의 결과”라며 “정부가 병원별 접종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의 ‘비용’보다 ‘시기’와 ‘품질’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리므로, 유행 시기인 12월 전에 맞는 것이 좋다. 백신의 안전성과 보관 상태는 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무 저렴한 병원만 찾아다니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병원별 독감 예방접종비 차이는 백신 종류, 공급 구조, 인건비, 시설비, 서비스 구성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힌 결과다.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백신의 종류와 병원의 관리 체계, 접종 환경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 역시 예방접종 가격의 투명한 공개와 무료접종 대상 확대를 통해 국민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