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치매는 더 이상 낯선 질환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의료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단일 유형의 치매가 아닌 ‘혼합형 치매(Mixed Dementia)’이다. 이는 가장 흔한 퇴행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전체 치매 환자의 약 20~30%가 혼합형 치매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복합적 형태의 치매는 진단이 어렵고, 치료 접근도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혼합형 치매는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한 치료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혼합형 치매는 말 그대로 두 가지 원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치매를 말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것이 원인이고,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나 미세혈관 손상으로 인해 뇌의 혈류 공급이 줄어드는 데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 두 질환이 나이와 함께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뇌 MRI나 PET 검사를 통해 보면, 알츠하이머성 변화와 뇌혈관 손상이 함께 관찰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단일 치매 유형으로 오진되기도 쉽다.
서울의 한 신경과 전문의는 “혼합형 치매는 원인 병리가 겹쳐 있기 때문에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인지 저하 속도도 빠른 편”이라고 설명한다.

혼합형 치매의 진단은 단순한 기억력 검사를 넘어선다. 환자마다 인지 기능 저하의 패턴, 행동 변화, 감정 조절 장애, 보행 문제 등 다양한 증상이 섞여 나타난다.
따라서 정밀 신경심리검사, 뇌 영상검사(MRI, PET), 혈액 검사를 통한 원인 감별이 필수적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 시기와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혈관성 요인이 크다면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조절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알츠하이머성 요인이 크다면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등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를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할 수 있다.
현재까지 혼합형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그러나 적절한 약물 치료와 생활 관리, 그리고 가족의 돌봄이 병행된다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약물 치료와 뇌혈관 보호 요법의 병행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도네페질, 메만틴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항혈소판제, 고혈압약으로 혈관 손상을 막는 식이다.
이와 함께 식습관 관리(저염·지중해식),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인지 훈련이 병행될 때 효과가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사회의 역할이다.
치매는 환자만의 병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병이라 할 수 있다.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치매안심센터, 지역사회 복지 서비스, 주간 보호시설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치료”라고 입을 모은다.
혼합형 치매는 단일 원인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복합 질환이다.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치료도, 예후도 다양하다. 그러나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의료계는 향후 혼합형 치매에 대한 바이오마커 개발과 맞춤형 치료 연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사회 전체가 치매를 ‘함께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