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아기(0∼2세)의 돌봄과 교육 수준이 평생 발달의 기초를 좌우한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가정어린이집을 영아전문기관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소규모·가정적 환경을 장점으로 하는 가정어린이집을 국가 책임형 보육체계 안으로 편입해, 영아 중심의 전문 보육 모델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아기는 신경 발달과 사회·정서 발달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이른 시기로, 이 기간에 어떤 환경에서 돌봄과 교육을 받았는지는 이후 언어, 정서 안정, 또래 관계 형성 등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대구이사 변경숙은 “영아기는 단순히 맡겨두는 시간이 아니라, 평생의 기초를 다지는 결정적 시기”라며 “이때 제공되는 돌봄의 질과 관계 경험이 이후 발달에 큰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아를 대상으로 한 보육은 ‘그냥 어린이집’이 아니라, 영아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 환경과 체계가 갖춰진 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어린이집, 영아 발달에 적합한 소규모 환경
가정어린이집은 대체로 원 규모가 작고 반 구성 인원이 많지 않아 교사가 한 아이 한 아이를 세밀하게 관찰하기에 유리한 구조다. 교사와 영아가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시간이 많고, 생활 공간이 가정과 유사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변 이사는 “가정어린이집은 영아 한두 반만 운영하는 곳도 많아, 친밀한 상호작용과 안정적인 애착 형성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는 편”이라며 “영아들이 낯선 군집 환경에 갑자기 노출되기보다, 소규모 공간에서 서서히 관계를 넓혀가는 과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을 제도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가정어린이집을 ‘영아전문기관’으로 지정하고, 영아 전담 교사 배치 기준과 낮은 아동 대 교사 비율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영아 발달 특성에 맞춘 놀이·돌봄 프로그램, 부모 상담과 가정 연계 시스템, 소규모 환경 유지를 위한 지원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가정어린이집이 단순 위탁기관이 아니라 전문 영아지원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 의견이다.
변 이사는 “지금은 시설 유형에 따라 지원과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가정어린이집이 영아전문기관으로 인정받는다면, 영아 돌봄에 특화된 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이 훨씬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출산·맞벌이 시대, 현실적인 영아 돌봄 대안
출생아 수 감소와 맞벌이 가정 증가로 영아 돌봄 수요는 질적으로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이기에 도심과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가정어린이집은 접근성이 높아, 영아 자녀를 둔 부모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변 이사는 “직장에서 멀지 않고, 집에서도 가까운 곳에 있는 가정어린이집은 부모 입장에서 시간·이동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며 “이런 기관이 영아전문기관으로 제도화되면, 부모들이 보다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저출산 상황에서 부모가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현실적인 영아 돌봄 대안을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며 “가정어린이집을 영아전문기관 모델로 육성하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정책 카드”라고 덧붙였다.
북유럽 사례가 보여주는 국가 책임 보육의 방향
스웨덴과 핀란드는 영유아 보육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만 1세 이후 영유아에게 전일제 보육 서비스가 제공되며, 만 3세 미만 영아의 보육 참여율도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핀란드 역시 생후 9개월령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보육을 제공하는 체계를 운영한다.
이들 국가는 단순히 보육 시설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품질 관리와 교사 자격, 서비스 보장 등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명확한 책임을 지는 점이 특징인데, 지역 단위에서 보육 서비스가 운영되면서 접근성과 공공성도 함께 확보되고 있다.
변 이사는 “북유럽 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영아 단계부터 국가가 책임지는 체계적 보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가정어린이집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보육기관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품질과 책임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아 돌봄을 특정 유형의 시설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어린이집과 국공립, 지자체 인증 어린이집 등 여러 모델이 각자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통합된 기준 아래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국가 책임형 보육체계 속 가정어린이집의 역할
우리나라에서도 영유아보육법과 각 지자체의 보육 정책을 통해 공공보육 확대와 국가 책임형 보육체계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몇몇 지자체는 가정·민간 어린이집을 ‘서울형·인천형 어린이집’ 등으로 지정해 추가 지원을 하거나, 국공립 전환·위탁 등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영아전문기관으로 명확히 위치 지우고, 국가 책임형 보육체계 속 한 축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데, 접근성이 높고 소규모 운영이 가능한 가정어린이집이 영아전문기관으로 제도화되면, 맞벌이 가정과 취약계층 가정의 영아 돌봄 공백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변 이사는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흐름 속에서 가정어린이집이 주변부가 아니라, 영아 중심 보육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아동 대 교사 비율, 영아발달 프로그램, 부모 연계 시스템 등 구체적인 기준을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보육 네트워크 안에 가정어린이집이 자연스럽게 편입돼, 국공립·민간·가정어린이집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런 연계망이 구축되면, 보육 생태계 전체의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 중심의 첫걸음을 위한 정책 과제
전문가들은 가정어린이집 영아전문기관 지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영아전문 교사자격과 교육과정 기준을 마련해, 영아 보육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영아반의 아동 대 교사 비율을 낮춰, 개별 발달을 세심히 살피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놀이 중심의 발달 프로그램과 부모 교육, 가정 연계 시스템을 체계화해 가정과 기관이 함께 아이를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지역 보육 네트워크 속에서 가정어린이집이 국공립·민간 기관과 협력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연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변 이사는 “결국 출발점은 ‘아이 중심’이어야 한다”며 “가정어린이집이 영아전문기관으로 거듭난다면, 영아기가 갖는 발달적 중요성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진정한 국가 책임형 보육체계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