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 년간 접근이 제한되어 온 경기 안산시 갈대습지 인근 미개방 습지(약 3만 평)가 공공의 생태 공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안산환경재단은 최근 이 지역에 대해 안산시가 관리권을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며, 안산시 차원의 적극적인 행정 협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발표는 지역 생태계의 핵심 거점인 갈대습지 보존과 물 공급 통제권 문제로 이어지는 사안으로, 자칫 지자체 간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향후 협의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유수면'이 아닌 '하천'… 관할권 명확해진 경계
안산환경재단이 제시한 핵심 근거는 2023년 경기도가 고시한 ‘하천 구간 지정 변경’이다. 해당 고시는 시화호 상류의 장전보부터 제수문까지의 구간을 기존의 '공유수면'에서 ‘하천(동하천)’으로 명확히 변경하고, 하천 중심선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을 구분했다.
이 고시에 따라 하천법 제2조의 기준—즉, 하천의 최심선(가장 깊은 지점)을 중심으로 한 경계 규정—을 적용하면, 동하천 좌측에 위치한 미개방 습지는 안산시 관할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재단 측 분석이다.
재단 관계자는 “기존에는 경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해당 구역이 화성시의 통제 아래 있었지만, 최근 고시 내용과 하천법 적용을 통해 안산시의 관리 권한이 뒷받침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생존의 관건, ‘제수문’ 통제권… 공동관리 명분 마련
안산환경재단이 이번 분석에 집중한 또 다른 이유는 갈대습지의 생존과 직결된 ‘제수문’ 통제권 문제 때문이다. 현재 제수문은 화성시가 단독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안산시는 물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습지에 대한 주도적인 조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재단은 이번 하천 경계 재해석을 통해 제수문이 하천 중심선에 위치한 만큼, 양 지자체가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명분이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갈대습지로의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생태계의 육지화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곧 시화호 수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더했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지속적인 습지 보존과 수질 관리를 위해서라도 공동 관리 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제는 정책적인 실행만 남았다”고 말했다.
"행정적 의지의 문제… 시 차원 협의 나서야"
재단은 이번 법적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미개방 습지를 ‘도심 속 생태 보전구역’이자 생태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장기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법적 검토가 아닌, 시 차원의 실질적인 행정적 추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홍희관 안산환경재단 대표이사는 “우리는 관할권 회복을 위한 실무와 법적 준비를 모두 마쳤다”며 “이제 안산시가 앞장서서 화성시와 협상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역 환경 전문가들 역시 “2026년 완공 예정인 화성시 경기지방정원 사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안산시가 명확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향후 해당 구역의 관리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며 “행정의 속도가 생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해법은 ‘협치’… 양 지자체 협의가 관건
한편, 화성시 측은 현재까지 해당 구역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입장문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법적 해석의 차이와 관할권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땅의 경계나 행정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생태 보전과 시민을 위한 공간 활용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지역의 한 환경정책 전문가는 “공유 자원의 관리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경계가 아니라 협력”이라며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전과 지역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지자체 간의 유연한 협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년간 닫혀 있던 미개방 습지의 문이 이제 조금씩 열리고 있다. 법적 검토가 끝난 지금, 공은 행정으로 넘어갔다. 단순한 권한 다툼을 넘어, 공동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지의 공간이 더 이상 분쟁의 상징이 아닌, 생태와 공존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