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재운 뒤, 나는 파티를 깨우러 간다 – 드호 이희진 대표

아이를 키우며 사업을 키웠다는 말은 그의 이력에서 과장이 아니다. 파티 플래너이자 기업 파티 대행사 드호의 대표 이희진은 여성이자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를 함께 붙들고 살아온 지난 시간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였을 시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용기의 다른 이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처음부터 파티였던 것은 아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핸드백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웨딩 플래너도 해보고, 플라워 회사에서도 일했다. 여러 길을 직접 걸어보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던 중 파티 플래너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영역이었다. 이벤트 회사는 있었지만, 자신이 상상한 것처럼 컨셉을 잡고 파티 전체를 스타일링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학을 고민하다가, 결국 혼자 시작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논현동 지하, 500만원을 손에 쥐고 문을 연 작은 공간이 드호의 원점이다.

 

드호 이희진 대표 = 자료제공

 

아이를 키우며 사업을 키웠다는 말은 그의 이력에서 과장이 아니다. 파티 플래너이자 기업 파티 대행사 드호의 대표 이희진은 여성이자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를 함께 붙들고 살아온 지난 시간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였을 시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용기의 다른 이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처음부터 파티였던 것은 아니다. 미술을 전공하고 핸드백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웨딩 플래너도 해보고, 플라워 회사에서도 일했다. 여러 길을 직접 걸어보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던 중 파티 플래너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영역이었다. 이벤트 회사는 있었지만, 자신이 상상한 것처럼 컨셉을 잡고 파티 전체를 스타일링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학을 고민하다가, 결국 혼자 시작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논현동 지하, 500만원을 손에 쥐고 문을 연 작은 공간이 드호의 원점이다.

 

  그 시작은 거창한 창업 스토리가 아니라 20대의 솔직함에서 비롯됐다. 세상 물정은 잘 몰랐지만 하고 싶은 일에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개인 사업자로 10년 넘게 버티듯 회사를 꾸렸고, 어느 순간 법인 전환을 할 만큼 일이 자리를 잡았다. 매뉴얼과 시스템을 갖춘, 파티 기획과 진행, 케이터링을 토탈로 맡는 회사다. 기업 행사 현장에서 공간 연출과 음식, 서비스까지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희진 대표가 선택한 무대는 특히 기업 파티였다. 한국에서는 아직 파티 문화가 낯설고, 예산 역시 효율 위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파티의 영향력을 잘 아는 글로벌 기업이나 외국계 회사는 규모가 작더라도 파티에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 차이를 몸으로 겪으며, 국내 기업 파티 문화를 조금씩 바꾸는 일을 자신의 과제로 삼았다. 제40회 백상예술대상 애프터 파티를 총괄 기획하고 진행해 연예인과 관계자만 모인 비공식 파티를 완성한 경험은 그에게도 특별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 대형 파티 자체가 드문 상황에서, 그 현장을 직접 설계하고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한동안 마음을 뜨겁게 했다.

 

  여성 경제인이자 워킹맘이라는 그의 정체성은 사업의 방향에도 깊게 스며 있다. 그는 최근 ‘나는 아이를 키우며 사업을 키웠다’라는 제목의 책을 마무리했다. 아이를 돌보며 자신의 일을 이어가야 하는 수많은 워킹맘,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 마흔 이후 새로운 일을 꿈꾸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을 떠올리며 쓴 책이다. 드호와 함께 운영하는 국제 파티 플래너 아카데미에는 40대 중반부터 60대 초반까지의 여성 수강생이 많다. 오랫동안 집에서 살림과 요리를 해온 이들, 혹은 음식 관련 업종에 몸담았던 이들이 케이터링을 배우고 싶어 찾아온다.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는 비영리 아카데미에서 이들은 케이터링과 파티 실습을 경험하고, 일부는 실제 드호의 행사 현장에서 인력으로 함께 뛰기도 한다. 교육과 실무가 맞물리는 구조 덕분에, 늦게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두 번째 커리어의 가능성이 열린다.

 

 

행사를 준비하는 이희진 대표. 손끝 하나하나에 그의 감각이 실려 있다./자료제공: 드호

 

  행사업은 화려해 보이지만 준비 과정은 고되고 긴장감이 높다. 새벽에 나와야 하는 날도 있고, 주말과 휴일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내기도 한다. 이희진 대표가 직원 복지를 유독 신경 쓰는 이유다. 작은 회사지만 연차와 급여, 근무 제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보완한다. 한 달에 한 번은 고급 호텔이나 파인 레스토랑을 찾아가 직원들과 식사를 한다. 1인당 20만~30만원대의 코스 요리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자리다. 내 돈으로 가기 망설여지는 곳에서 음식과 공간, 서비스의 수준을 몸으로 느껴봐야 VIP를 위한 케이터링과 연출을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복지다. 그는 “먹어보고, 보고, 느껴봐야 안목이 생긴다”는 말을 직원들에게 반복하며, 드호만의 고급스러운 연출력을 강조한다.

 

  밑바닥부터 현장을 경험한 시간은 지금의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음식부터 플라워, 미팅, 기획까지 혼자 해내야 했다. 덕분에 이제는 견적서 한 장만 봐도 행사장의 흐름이 그려지고, 어느 시점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마음가짐이다. 어느 행사든 그날만큼은 최고가 되게 하자는 것. 클라이언트의 행사를 자신의 일처럼 진지하게 대하지 않으면 불만과 실수가 끝없이 생긴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동시에 파티 플래너라는 직업이 트렌디한 만큼, 일상 속에서 꾸준히 공부하는 태도도 주문한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화장실에 앉아 해외 파티 케이터링 사진을 검색하며 아이디어를 정리하던 초창기를 떠올리곤 한다. 지금도 SNS 해시태그를 팔로우하며 전 세계의 새로운 연출과 음식을 눈으로 익힌다.

 

  서비스업의 본질이 ‘보여지는 것’에 있다고 믿기에, 드호는 디테일한 외모와 태도까지 함께 교육한다. 깔끔한 유니폼과 정돈된 메이크업,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기본으로 삼는다. 새벽 7시 행사라면 두 시간 먼저 일어나 단정한 모습으로 현장에 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화려함을 위한 꾸밈이 아니라, VIP를 상대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런 기준을 함께 공유한 뒤에는 직원들 역시 행사 당일 스스로를 하나의 ‘무대의 일부’로 인식하며 움직인다. 진정성, 협력, 성실, 창조를 핵심 가치로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희진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다음 세대 파티 플래너들에게 조금 더 나은 토양이 되기를 바란다. 드호를 함께 키워온 직원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은 뒤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회사. 그 성장에 걸맞은 연봉을 당당히 줄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래서일까. 후배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는 긴 설명 대신 한 문장으로 돌아온다. 


 

  “어차피 용기가 필요하니까, 하는 데 용기를 쓰자.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생각보다 우리는 단단한 사람들이다.”

작성 2025.12.15 09:30 수정 2025.12.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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