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의외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가 아니다. 조금 더 솔직한 말은 이렇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늘 직업을 묻지만, 그 질문의 바닥에는 자신에 대한 낯섦이 놓여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로 설명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진로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더 유망한지, 어디가 더 안정적인지,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늦는 건 아닌지. 그래서 진로 앞에 서면 마음이 먼저 조급해진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 보면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선택지가 많아서도, 정보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자신의 기준이 없다는 불안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면 괜찮은 직업 아닌가요?”
그 말 속에는 질문이 숨어 있다. 이 선택이 ‘나라는 사람’에게도 괜찮은 걸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잘 선택하는 법’은 배워왔지만, ‘나를 이해하는 법’은 거의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진로를 고민할수록 자꾸 다른 사람의 경로를 참고하게 되고, 그 비교의 끝에서 자신을 잃는다.
진로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힘이 빠지고, 어떤 순간에 조금 덜 무너지는가”를 아는 일이다. 이 질문에는 직업명이 필요하지 않다. 대신 삶의 감각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은 의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대개는 너무 오래 참고 살아온 결과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계속해 온 사람일수록 자신의 욕구를 말로 꺼내는 데 서툴다.
그래서 나는 진로 상담에서 답을 서둘러 주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요즘 가장 버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괜찮았던 날이 있었나요?”
진로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가의 문제다. 자신을 모른 채 세운 계획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흔들린다.
혹시 지금 진로 앞에서 막막하다면, 이 질문 하나만은 꼭 붙잡아 보길 바란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가.’
진로는 늘 그 질문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진로시선ON 한 줄
진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깊이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