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사법(私法)의 근간인 『민법』이 제정 67년 만에 전면 개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법무부는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에 가장 밀접한 ‘계약법’ 규정을 중심으로 한 민법 개정안이 12월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1958년 제정된 민법은 그동안 일부 개정만 이뤄졌을 뿐, 사회·경제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법제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민법 현대화의 첫 단계로 평가된다.
■ 고정 5% 이율 폐지… ‘변동형 법정이율제’ 도입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법정이율 제도의 전면 개편이다.
현행 민법은 민사 법정이율을 연 5%, 상사 법정이율을 연 6%로 고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이를 폐지하고 금리·물가·시장 이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조정하는 변동형 법정이율제를 도입했다.
법무부는 “시장금리가 크게 변동하는 상황에서도 법정이율이 수십 년간 고정돼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해 왔다”며, 경제 현실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가스라이팅’도 계약 취소 가능… 부당한 간섭 법률로 보호
이번 개정안은 이른바 ‘가스라이팅’ 상황에서 이뤄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민법에 명문화한 점에서도 주목된다.
종교 지도자와 신도, 간병인과 환자 등 심리적 의존 관계에서 부당한 간섭을 받아 체결된 계약은, 기존의 사기·강박 규정만으로는 충분한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이를 보완해 ‘부당한 간섭(undue influence)’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심리적 약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 사정 변경 시 ‘계약 수정 청구’ 가능… 손해배상 제도도 개선
또한 코로나19,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을 경우, 당사자가 계약의 수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수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계약 해제·해지를 인정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손해배상 제도 역시 금전 배상 원칙에서 벗어나, 원상회복에 의한 배상과 정기금 배상의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특히 신체·건강 침해의 경우 법원이 정기금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해 피해 회복의 실효성을 높였다.
■ 매매 하자·대리권 남용 등 판례 법리 명문화
개정안은 그동안 판례로만 인정돼 왔던 법리들도 대폭 정비했다.
매매 하자 유형을 ‘권리의 하자’와 ‘물건의 하자’로 단순화하고, 추완이행청구권·대금감액청구권을 모든 하자 유형에 인정해 소비자 권리 구제를 강화했다.
아울러 대리권 남용, 대상청구권 등 확립된 판례 법리를 민법 조문으로 명문화해, 국민이 보다 명확한 법률 규정을 통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 “쉬운 글, 바른 말”… 민법 문장도 국민 눈높이로
이번 개정안은 내용뿐 아니라 표현 방식에서도 큰 변화를 담았다.
어려운 한자어와 낡은 표현을 걷어내고, 쉬운 글과 바른 말로 조문을 정비해 국민의 접근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은 국민 편익을 높이고 민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충분한 설명과 소통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향후 물권법·친족상속법 등 민법 전 분야에 대한 단계적 개정 작업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출처: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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