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시민과 함께 지역기반실험을 이어온 엄정은 대표

 놀이, 축제, 공동체 프로젝트. 얼핏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이 활동은 모두 한 사람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해진 틀보다 현장의 온도를 중시하고, 발견한 문제를 어느덧 7년 여간 춘천에서 실험으로 풀어온 사람.
‘사회적기업 대표’보다 지역 기반 실험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나누스페이스의 엄정은 대표다.


그가 만드는 장면들은 단순한 교육이나 행사를 넘어선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어른들은 잊었던 동심을 회복하며, 주민들은 각자의 재능을 들고 와 새로운 형태의 연대가 된다. 그 실험들은 축제가 되기도 하고, 워크숍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관계만 조용히 바꿔놓고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 실험들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들어보기 위해, 나누스페이스의 엄정은 대표를 만났다. 

  “사업자보다 ‘실험자’가 먼저였다”


Q. 다양한 일을 해오셨는데, 그 중심에 있는 우선순위는 무엇이었나?
A.
딱히 ‘사회적기업을 해야겠다’고 정해두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우선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영리적인 일만 하고 싶진 않았다. 그 사이 어디쯤, 지역에서 필요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지점이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처음 지역 축제를 책임지며 ‘아,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낄 만큼 재미있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사탕을 매달아 오가는 길을 장식하는 등, 사람들의 동심을 깨우는 공간을 만들어보는 거. 그게 시작이었다.  




사회적기업과 실험 — “빨리 성장보다 꾸준한 기록이 중요해요”


Q. 나누스페이스의 미션을 설명한다면?
A.
우리는 ‘놀이 회사’가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시민과 함께 실험하는 노력을 더 많이 주안점으로 두는 시스템이다. 놀이 숲도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아이·어른·지역 환경, 즉 서로 다른 세대와 환경이 어떤 점에서 접점을 찾아 연결될 수 있을지를 보는 실험이다. 그래서 빨리 성장하는 것보다 꾸준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5년, 10년의 기록이 쌓여야 지역 정책이든 공동체든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Q. 공익성과 회사의 사익,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을 듯한데?

A. 그렇다. 공익과 사익, 즉 회사를 지켜야 하는 지속성은 자주 충돌한다. 그가운데서  절반의 성공일지라도, 꾸준히 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는 걸 알겠더라. 교구를 제조해 판매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에겐 보다 많은 수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실험이 더 중요했고, 그게 나누스페이스의 정체성이 된 거다.




현장에서 얻은 확신 — “누군가는 계속해야 하는 일”


Q. “그렇다면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있나? 


A.
솔직히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완벽한 정답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참여했던 시민들이 “이건 꼭 지속돼야 해요”라는 의견을 줄때가 있는데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이 단지 회사의 일이 아닌, 지역에 꼭 필요한 일이구나를 깨달으며 길이 되는 거다. 힘들어서 놓고 싶을 때도 시민들이 우리를 격려하고 붙잡아주는 느낌이랄까. 그 경험들이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했다.




춘천이라는 실험실 — “산과 물, 그리고 고요함이 제 속도와 닮아 있다”


Q. 춘천에서 활동하며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
A. 
홍천에서 자라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세계를 여행하다 춘천에오니 한때는 너무 작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전국을 돌아다녀 보니 춘천이 가진 고요함, 산과 물, 밤의 조용한 리듬이 내 삶의 리듬과도 잘 맞았다. 드름산, 송암동, 고탄 호숫가처럼 조용히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들이 곳곳에 있다. 춘천은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즉 과하게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내 속도에 맞는 도시다.

  


Q. 지역 주민들과 함께했던 활동 중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은?
A.
올 가을에 했던 노리숲 축제에서 있었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비 때문에 모래가 모두 사라져 흙놀이가 불가능해 보였는데, 한 아이가 땅을 파기 시작하며 콘텐츠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지렁이가 나와도 또 놀이가 되고, 어른들도 그 장면을 보며 감동하더라. 놀이숲은 아이들 축제 같지만, 사실 어른들이 더 설레고 따뜻해지는 축제이다. ‘함께 몰입하며 숨쉬는 순간’이 내게는 큰 힘이다.


2025 노리숲 축제 현장 : 흙놀이터



Q. 직원들은 어떤 리더라고 말하나?
A.
책상 앞에서 설계도를 그리기보다는, 문제를 작게 쪼개 부딪혀보며 시민들과 함께 검증하는 방식이 제일 나다워 좋다. 마을 단위의 작은 실험이 그래서 가장 나와 잘 맞는다. 즉 실험을 해봐야 길이 보이는 거다. 그래서 직원들은 나를 대표 라기 보다 실험가로 보는 듯 하다.  



“연대가 답이었어요”


Q. 요즘 준비 중인 변화나 새로운 방향이 있을까요?
A.
나누스페이스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연대의 기능에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노리숲 축제을 하려면 목수·꽃·아로마·사진·영상·어린이집까지 각자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움직인다.
그 연대의 힘은 지난 7년간 실험을 지속시키는데 크고 따듯한 힘이 됐다. 그 연대네트워크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더 단단하게 다지고 싶다. 도시의 변화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걸 피부로 체감했기에 말이다.



Q. 마지막으로, 춘천 시민들과 맞고 싶은 변화는?
A. 이제껏 해 온대로
도시의 문제를 시민들과 작은 단위의 실험으로 답을 찾을 거다. 또 연대를 통한 실행시너지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변화를 불러 오고 싶다. 앞으로도 여전히 춘천이 그런 실험이 가능한 도시가 되도록, 끊임없이 시민들과 함께 프로젝트들을 이어갈 것이다. 그 실험들이 결국 도시의 변화를 만든다고 믿기에 말이다. 


인터뷰를 마친 후, 지역기반 실험 활동가라는 명패를 완전히 이해했다. 창의성을 부르는 행사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참여 시키는 활동가. 실험은 곧 움직임, 행동이고 도전이다. 춘천시민들을 늘 염두에 두고 바람직한 건강한 놀이 문화를 지속시킨다면, 그가 바라는 변화는 참여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김정하 기자 (jeongha0823@gmail.com)

서은경 기자 (monet3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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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12.17 11:55 수정 2025.12.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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