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 송년회 '딱 한 잔'의 대가, 당신은 오늘 밤 잠재적 살인자가 되시겠습니까?

도로 위의 시한폭탄, 술잔 속에 숨겨진 흉기

처참했던 그날 밤의 기억,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눈물

실수가 아닌 미필적 고의, 관대한 처벌이 낳은 비극

12월 음주운전 안됩니다. 사진=gemini

12월의 거리는 화려한 조명과 캐럴로 가득 차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안도감에 "딱 한 잔만 더"라는 권유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하지만 그 따뜻한 분위기 뒤에는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차가운 흉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잊는다.

 

경찰관으로 35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사건을 접했지만, 12월의 음주운전 사고만큼 참담하고 허망한 것은 없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도로 위의 시한폭탄을 안고 뛰어드는 행위다. 이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다.

 

2000년대 초반, 칼바람이 불던 어느 겨울밤의 사고 현장은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다. 중앙선을 침범한 고급 세단이 맞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경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아 아수라장이 되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현장에는 비릿한 피 냄새와 매캐한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가해 운전자는 에어백 덕분에 가벼운 타박상만 입은 채 대리기사가 안 왔다며 경찰에게 삿대질해댔다. 반면 종잇장처럼 구겨진 경차 안에는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딸과 마중 나온 아버지가 있었다. 119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참혹한 현실이 드러났다.

 

아버지는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고, 살아남은 딸은 평생 걸을 수 없는 장애를 안게 되었다. 가해자가 파출소에서 억울하다며 소란을 피우던 그 시각, 한 가정은 완전히 파괴되어 지옥으로 떨어졌다. 그때 느꼈던 분노와 무력감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무겁게 남아 있다.

 

그날 나는 경찰로서 피의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와 인간적 분노 사이에서 깊은 딜레마를 느꼈다. 우리 사회는 술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여 '술김에 한 실수'라며 범죄를 축소하곤 한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명백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다.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운전대를 잡는 것은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과 같다. 가해자가 누리는 이동의 편의나 음주의 자유가 피해자의 생명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인권은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며, 여기서 약자는 도로 위의 선량한 시민들이다.

 

경찰은 매년 12월 특별 단속을 벌이지만 공권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진정한 변화는 운전석에 앉은 개개인의 인권 감수성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통계적으로 12월에 음주 사고가 급증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안전 불감증이 만연함을 보여준다.

 

이제 운전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타인과 사회에 대한 무거운 책임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술잔을 드는 순간 차 키를 놓는 원칙, 동료의 운전을 말리는 용기가 절실하다. 이것이야말로 이웃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한 실천 방법이다.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음주운전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중대한 인권 침해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이번 연말연시 술자리에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나와 내 이웃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독자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 문장이 있다. "술잔과 운전대는 결코 한 손에 쥘 수 없습니다.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곧 나의 존엄을 지키는 길입니다." 부디 당신의 2025년 12월이 후회와 죄책감이 아닌, 안전과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바란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오늘 밤, 당신은 차 키를 어디에 두시겠습니까?"

 

[칼럼니스트 소개]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를 취득하고 35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뒤 총경으로 퇴직해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에서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성인지 감수성, 4대 폭력 예방, 양성평등, 리더십과 코칭, 인권 예방, 자살예방, 장애인 인식 개선, 학교폭력 예방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 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가 있다.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인권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을 연재 중이다.

작성 2025.12.22 02:50 수정 2025.12.2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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