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칼럼] 공무원 퇴직 후 어촌 생활, 제2의 인생을 바다에서 시작하다

책상 위의 시간에서 파도 위의 시간으로

공무원연금이 안정이라면, 어촌은 각성이다

 낭만과 현실 사이, 어촌 정착의 진짜 조건

 

 

왜 공무원은 바다로 향하는가

 

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이제 뭐 할 거냐”는 말이다. 수십 년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규정과 절차 속에서 판단을 내리며 살아온 이들에게 퇴직은 자유이면서 동시에 공백이다. 그 공백을 채우는 선택지 중 하나가 어촌 생활이다. 도시를 떠나 바다로 간다는 결정은 얼핏 낭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계산과 각성이 숨어 있다. 연금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어촌이라는 공간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퇴직 이후에야 비로소 그 풍경이 삶의 대안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공무원 퇴직 후 어촌 생활은 단순한 귀촌이 아니다. 이는 삶의 리듬을 완전히 다시 짜는 선택이다. 시계가 아니라 해와 물때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고, 문서 대신 그물과 바람의 방향을 살핀다. 이 변화는 ‘편안한 노후’라는 관성적 기대를 흔든다. 그래서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고, 그래서 더 많은 준비가 요구된다.

 

 

왜 하필 어촌인가

 

베이비붐 세대와 그 다음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 국면에 접어들면서 귀촌·귀어는 더 이상 일부의 선택이 아니다. 농촌이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 반면, 어촌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아 보인다. 실제로 일부 연안 어촌은 고령화가 심각하고, 인력 부족이 일상화돼 있다.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집단이 바로 퇴직 공무원이다. 행정 경험이 있고, 지역 사회와의 조율에 익숙하며, 일정 수준의 안정적 소득 기반을 가진 집단이라는 점에서 어촌 사회가 기대를 거는 대상이기도 하다.

공무원 조직에서의 경험은 어촌에서도 쓸모가 있다. 어촌계 운영, 보조금 신청, 행정 절차 대응 등은 외부인에게는 낯설지만, 공무원 출신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영역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어촌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현장’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인식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행정과 현장은 다르고, 바다는 규정서보다 훨씬 변덕스럽다.

 

 

낭만을 말하는 사람들, 현실을 말하는 사람들

 

어촌 생활을 선택한 퇴직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이는 “이제야 제대로 산다”고 말한다. 새벽 바다에서 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소박한 식사,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일상이 도시에서는 얻을 수 없는 만족을 준다고 한다. 조직의 위계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경험도 신선하다고 말한다.

반면, 현실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크다. 어업은 체력 소모가 크고, 수입은 자연 조건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어촌 공동체는 따뜻하지만 동시에 폐쇄적일 수 있다. ‘전직 공무원’이라는 이력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리감을 만든다. 무엇보다 바다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실수는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고, 자연 앞에서는 경력도 직급도 무의미하다.

이 두 관점은 모두 사실이다. 어촌 생활은 낭만과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문제는 어느 한쪽만 보고 결정을 내릴 때 발생한다.

 

 

준비 없는 귀어는 위험하다

 

공무원 퇴직 후 어촌 생활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은 ‘안정적 노후’라는 막연한 기대다. 연금이 있다고 해서 어촌 생활이 자동으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업 소득은 변동성이 크고, 초기 정착 비용도 만만치 않다. 주거, 어업 장비, 교육과 훈련까지 고려하면 최소 몇 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역할 재정의’다. 공무원 시절에는 판단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어촌에서는 배우는 위치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태도 차이가 정착의 성패를 가른다. 마을 어르신들의 경험을 존중하고, 기존 질서에 천천히 스며드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행정 경험을 앞세우기보다, 필요할 때 조용히 꺼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체력과 건강 역시 핵심 변수다. 어업은 생각보다 훨씬 육체적인 노동이다.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직접 조업보다는 어촌 관련 협동조합, 유통, 행정 지원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어촌 생활은 반드시 ‘배를 타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퇴직 이후의 삶은 선택의 문제다

 

공무원 퇴직 후 어촌 생활은 도피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적극적인 선택에 가깝다. 익숙한 세계를 떠나 전혀 다른 리듬에 자신을 던지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 준비 없이 받아주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왜 어촌인가, 무엇을 기대하는가,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어촌은 낭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 된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전환이다. 그 전환의 방향을 바다로 잡을 것인지, 그 바다에서 어떤 역할로 살아갈 것인지는 결국 개인의 몫이다.

 

 

작성 2025.12.24 06:08 수정 2025.12.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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