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삼키는 전력과 물, 드러나지 않는 데이터센터의 환경 비용

AI 전력 소비 급증 속 환경 정보 공개는 여전히 ‘블랙박스’

탄소와 물 사용량, 왜 AI 몫은 계산되지 않는가

정책 판단을 가로막는 데이터센터 환경 투명성의 한계

인공지능이 글로벌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전력 수요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과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되자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International Energy Agency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가운데 AI 관련 워크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부 연구는 같은 해 말 기준 이 비율이 20%에 근접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AI 반도체 생산과 서버 증설이 이어질 경우 2025년 말에는 AI 관련 전력 수요가 약 23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전력 소비 증가는 곧바로 탄소 배출과 물 사용 문제로 이어진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억8천200만 톤으로 추산된다. 2023년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물의 양도 약 5천600억 리터에 달했다. 다만 이 수치는 AI와 비AI 연산을 구분하지 않은 총량이다. AI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환경 부담을 만들어내는지는 명확히 분리되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은 정보의 부족이다. 다수의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글로벌 기술기업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전력 사용량이나 배출량을 공개하지만, AI 워크로드만을 따로 구분해 보고하지는 않는다. 연구자들은 총 전력 소비, 전력사용효율, 물사용효율과 같은 집계 지표를 활용해 AI 영향을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방식은 지역별 전력망 특성이나 냉각 방식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International Energy Agency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2024년 데이터센터 전력의 평균 탄소 집약도는 킬로와트시당 약 396그램 수준으로 계산된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상대적으로 청정한 전력망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영향이다. 이 수치를 AI 전력 수요에 적용하면 2025년 AI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은 최소 3천260만 톤에서 최대 7천970만 톤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지역별 전력 탄소 집약도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상당하다.

 

기업 공시 역시 일관성이 부족하다. Google, Microsoft, Meta, Apple 등 주요 기술기업들은 AI가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AI 전용 전력 사용량이나 배출량을 별도로 공개하는 기업은 없다. 이 가운데 Meta는 지역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과 배출 정보를 비교적 세분화해 공개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회사 전체 수치만 제시하거나 일부 항목을 생략하고 있다.

 

물 사용 문제는 더 불투명하다. 데이터센터의 직접 냉각수 사용량은 일부 공개되지만,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물 사용량은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데이터센터 전력 1킬로와트시당 약 1리터의 간접 물 소비를 추정했지만, 미국 내 데이터센터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 수치는 3~5리터 수준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2025년 AI 시스템으로 인한 물 소비량은 최대 7천650억 리터에 이를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생수 소비량에 근접한 규모다.
 

지역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발전 방식과 수자원 여건에 따라 전력 1킬로와트시당 물 사용량은 1리터 미만에서 10리터 이상까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변동성은 AI 환경 영향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데 추가적인 장벽으로 작용한다.

 

AI 인프라 확대와 환경 정보 공개 간의 간극은 정책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효율 개선이 실제로 수요 증가를 상쇄하고 있는지, 아니면 총 환경 부담을 키우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I가 실험적 기술을 넘어 사회 핵심 인프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데이터센터 환경 정보의 불투명성은 더 이상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단위, 더 나아가 워크로드 단위의 전력 소비, 탄소 배출, 물 사용 정보를 표준화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완전한 정확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더라도,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정책 설계와 자원 관리의 신뢰도는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작성 2025.12.24 04:45 수정 2025.12.24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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