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com, pub-9952897869402010, DIRECT, f08c47fec0942fa0

[이봉수 칼럼] 이름값 하며 살자

이봉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름은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 지을 때 잘 지어야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시를 보아도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태어나면 작명가에게 가서 큰돈을 주고 이름을 짓는 부모들이 많았다. 음양오행의 획수를 따져 한자로 이름을 지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한글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유행했다. 단비, 별이, 초롱, 주홍, 대한, 샛별, 은비, 백두 등이 대표적인 한글 이름들이다. 

 

지금 팔십이 넘은 연세의 할머니들 중에는 성의 없이 지은 이름들이 많다. 미자나 말숙이는 예사이고 끝남, 끝분과 같은 이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딸만 여섯 낳은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딸은 끝내고 남동생을 낳겠다고 막내 이름을 끝남으로 지었는데 그다음에 또 딸이 나서 칠공주가 된 집안도 있다. 끝분이나 끝남이의 출생신고를 하러 가면, 면서기는 호적에 한자인 말남이나 말분으로 기재했다.

 

갑술년이나 정묘년에 태어났다고 갑술, 정묘 등으로 대충 지어준 이름도 있다. 몸에 점이 많다고 점만이, 점숙이, 점자와 같은 이름도 지었으나 이들이 장성하여 보니 부끄러워 개명한 사람도 많다. 항렬을 따른다고 일재 이재 삼재와 같이 우스운 이름을 지은 형제들도 있다.

 

이름에는 그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아래서 싸운 천민들 중에는 개똥이, 소똥이 넙덕이 등도 있었다. 그 당시 마당쇠나 돌쇠도 있었을 것이다. 전염병이 유행하면 이런 하찮은 이름의 애들은 병마가 잡아가지 않는다고 하여, 손이 귀한 양갓집에서도 별호로 이런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있었다. 

 

윤동주는 북간도에서 별을 헤면서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을 불렀던 적이 있다. 북쪽은 이름을 지을 때 남쪽과 조금 다른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북한 이름 중에는 금, 은, 동, 철, 혁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다. 대부분 올림픽 메달을 연상케 하거나 쇠처럼 강하고 가죽처럼 질겨라는 염원이 담겨 있는 듯하다. 얼마나 살기 힘들었으면 금혁 은혁 동혁 혁철 철민 만철 등의 이름이 그리도 많았을까.

 

부르기 좋고 듣기 좋은 이름이 진짜 좋은 이름이다. 남의 조롱거리가 되는 이름은 뛰어난 작명가가 지었다고 해도 좋은 이름이 아니다. 김 씨가 일성이나 정일로 이름을 지으면 당장 초등학교에 가서 놀림감이 된다. 초롱이라고 지은 이름도 멀리 내다보고 지은 이름은 아닌 것 같다. 누구나 어릴 때에는 귀엽고 초롱초롱하지만 팔순이 넘어서도 초롱이라고 부르면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요즘 부모가 지어준 이름값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이 그렇고 국민을 괴롭히는 정치꾼들이 그렇다. 혹세무민하는 일부 학자들과 언론인들, 사이비 종교인들도 이름값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죽을 때 어떤 이름을 남기고 갈 것인지 성탄절 전야에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https://myisoonsinxsz.zaemit.com/

 

작성 2025.12.25 14:35 수정 2025.12.25 14:36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한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파킨슨 환자 길치되면 치매 7.3배위험
DMZ 옆에 삼성이 온다고?" 경기도 접경지에 돈바람 불기 시작했다!
꽃피는 봄인데 왜 나만 우울할까?
4년 만에 45%가 사라졌다고? 경기도에서 벌어진 기적!
MZ 입맛 저격한 두바이 찹쌀떡부터 보양 끝판왕 흑염소까지
뇌는 잠들기 전 10분의 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처리한다
폭락장에서 내 지갑 지키는 3단계 필살기
줄타기 대신 드론 투입
766억 기부한 이수영 이사장 "또" 서울대에 노벨과학상 인재육성 기부
우리 집 앞 도로, 2030년에 이렇게 바뀐다고?
베드로와 유다의 차이 한국어
가마지천 자전거
아직도 공중화장실 갈 때 구멍부터 확인하세요?
빚 때문에 인생의 끝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자전거 타기와 인생은 똑 같다. 자전거와 인생 이야기 #쇼츠 #short..
자산 30억인데 밥 굶는다? 강남 노인들의 눈물겨운 흑자 도산
디알젬의 거침없는 진격: 초음파까지 접수 완료!
삼성의 역습? 엔비디아의 1,500조 파트너 낙점!
벤츠E 300 주행후기, 음이온 2억개 공기정화, 연비향상 50%가 동시..
내 아이 입으로 들어가는 건 무조건 확인! 경기도 농업의 미친 변화
주말에 뭐해? 도서관에서 갓생 살자!
봄의 생명력으로 마음을 채우다
중동발 경제 한파 터졌다! 한일 재무수장 도쿄서 긴급 회동, 왜?
중동발 경제 쇼크,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마약 치료 실적 5배 폭발! 경기도가 작정하고 만든 이것
노후파산의 비명, "남은 건 빚뿐입니다"
"내 집 재개발, 가만히 있다가 2년 날릴 뻔했습니다"
"버리면 쓰레기, 팔면 황금? 경기도의 역발상!"
유튜브 NEWS 더보기

일론 머스크의 경고, 2030년 당신의 책상은 사라진다

부의 이동심리, 타워팰리스가 던지는 경제적 신호

그대는 소중한 사람 #유활의학 #마음챙김 #휴식

나 홀로 뇌졸중, 생존 확률 99% 높이는 실전 매뉴얼

숨결처럼 다가온 희망. 치유.명상.수면.힐링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다./유활도/유활의학/유활파워/류카츠대학/기치유

O자 다리 한국, 칼각 일본? 앉는 습관 하나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겨울마다 돌아오는 ‘급성 장폭풍’… 노로바이러스, 아이들 먼저 덮쳤다

아오모리 강진, 철도·항만·도심 모두 멈췄다… 충격 확산

경기도, 숨겨진 가상자산까지 추적했다… 50억 회수한 초정밀 징수혁신으로 대통령상 수상

간병 파산 막아라... 경기도 'SOS 프로젝트' 1천 가구 숨통 틔웠다 120만 원의 기적,...

100세 시대의 진짜 재앙은 '빈곤'이 아닌 '고독',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

브레이크 밟았는데 차가 '쭉'... 눈길 미끄러짐, 스노우 타이어만 믿다간 '낭패...

"AI도 설렘을 알까?"... 첫눈 오는 날 GPT에게 '감성'을 물었더니

응급실 뺑뺑이 없는 경기도, '적기·적소·적시' 치료의 새 기준을 세우다

GTX·별내선·교외선이 바꾼 경기도의 하루… 이동이 빨라지자 삶이 달라졌다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 삶을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습관

아이젠사이언스생명연, AI 신약 개발 초격차 확보 전략적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