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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칼럼]‘함이 없는 함(無爲無不爲)’의 기술

홍영수

노자의 <도덕경>에 도상무위이무불위(道常無爲而無不爲 : 도는 항상 억지로 하지 않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라는 글이 나온다. 여기서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의 뜻이 아니고 하지 않은 것이 없는 최상의 행위를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벗어나 상대방 그 자체를 인정하고 개인적인 욕망과 욕구, 의지적인 생각을 스스로 행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억지로 하지 않고, 인위적이지 않고 인공의 힘을 가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의미한다. 상술한 바를 다시 얘기하면 무위는 인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인 무위자연이다. 집착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순응하며 행동하는 것, 조작하지 않고 인위적인 것을 지양한다는 점, 이게 바로 노자가 얘기한 무위무불위(無爲無不爲)이다.

 

요즘은 손안에 쥔 자그마한 기기하나에 각종 정보가 눈을 이끈다. 학교나 회사, 공공의 모든 장소에서 빠르고 신속한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시대이다. 최근 들어 자주 뉴스거리가 된 대학 수능과 고등학교 시험 등에서 AI의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현상이 학교와 학문 분야에서 중요시하는 자유와 개성 등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스스로 공부하고 탐구하여 자신만의 능력과 가치를 창출해서 성장하는 데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한다. 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예술 분야에서는 더욱 심한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러한 시대적 현상을 거부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넘치고 넘쳐나는 속도전의 정보 홍수 속에 버리고 선택할 능력이 한계치에 달하면서 번아웃(burnout) 상태가 되는 듯해서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오늘날, 쉼 없이 돌아가는 바쁜 삶 속에서도 깊은 통찰력을 갖게 한 2500년 전 노자의 개념을 되새겨 볼 이유 있다. 그것은 복잡다단하고 매우 빠른 변화 속에서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의 역설적 진리의 가르침을 상기해 보자는 것이다. ”성인은 무위의 일에 머무르면서 말 없는 교화를 행한다“ 했다.

 

사실 무위(無爲) 즉, ‘함이 없다’는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무엇도 하지 않는다는 무위도식이 아니라 과장하고, 자기를 내세우며 허세를 부리고, 위선적이고, 계산적이고, 가식적인 이러한 행위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이 없는 함”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이다”는 이 역설의 논리는 누구의 말처럼 “모든 것을 하라,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와 같다.

 

지금처럼 시간이 돈인 시대에 ‘함이 없다’는 한가한 말 타령을 한다는 자체가 얼빠진 소리로 치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자기를 굽는 인고 시간과 동양 예술의 정수인 ‘느림의 미학’처럼 때로는 바쁘고 뒤돌아 볼 시간이 없더라도 평안하고 여유 있는 여백의 시공간에 이끌려 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헤르만 헤세의 <밤의 사색>이란 산문집, ‘무위의 기술’에는 “일반인은 예술가의 텅 비어 보이는 휴식기를 비웃거나 동정한다. 그들은 창작의 단 한 시간 안에 얼마나 막대한 수천 가지 작업이 포함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작업을 시작한 화가가 그냥 계속해서 못 그리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용이 있다. 시인의 꿈을 꾸었던 헤르만 헤세는 예술, 작품, 글의 세계를 알지 못하면서 ‘놀고 먹는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인의 고충에 대해 위와 같이 얘기했다. 

 

지금은‘무위無爲’가 부재하는 AI시대이다. 이럴 때일수록 적선이 아닌 곡선적 쉼의 사유가 필요다. 특히 되돌아보고 쉬어가면서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시인과 예술가들, 이들은 게으르고 무능한 게 아니라 세상에 쓸모없는 그 무엇들을 스스로 행하는 열정의 분출자들이고 열광적인 사람들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다. 모든 앎으로부터 멀어져 가며, 때론 웅크림 속 틈새와 여백을 추구하는 ‘무위無爲’삶이 필요한 지금이다.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지구의 유언장』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5.12.29 11:11 수정 2025.12.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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