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읽는 문장에 모음이 사라진다면?
만약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기사에서 모든 모음이 사라지고 자음만 남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대부분의 독자는 당혹감과 혼란을 느낄 것이다. 정보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에서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이것은 일상이다. 히브리어는 기본적으로 모음 표기가 없는 언어다. 'K-T-V'라는 세 자음만 보고 그것이 '썼다'인지, '쓰고 있다'인지, 아니면 '책'인지를 문맥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언어적 특징은 단순히 소통의 불편함을 넘어, 사용자의 뇌를 불확실성이라는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서퍼로 길러낸다. 오늘날처럼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한(VUCA) 비즈니스 환경에서, 보이지 않는 정보를 유추하고 모호함을 견뎌내는 힘은 단순한 지능을 넘어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이 된다. 히브리어 텍스트 속에 숨겨진 이 '빈 공간'이 어떻게 비즈니스의 승패를 가르는 통찰력으로 변모하는지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결핍이 만든 인지적 근육, 히브리어의 구조
역사적으로 히브리어는 구전 전통을 중시하며 문자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문자는 소리를 완벽히 재현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지혜를 상기시키는 '힌트'에 가까웠다. 모음 기호(Niqqud)가 발명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며, 그마저도 오늘날 이스라엘의 신문, 잡지, 소설 등 일상적인 텍스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학습자에게 엄청난 인지적 부하를 요구한다. 단어 하나를 읽기 위해 앞뒤 문장을 살피고, 문법적 구조를 분석하며, 가장 확률이 높은 의미를 선택하는 과정을 0.1초 만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적 환경은 사회적으로 '답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형성했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언어 학습 단계부터 훈련되는 셈이다. 이는 유대인들이 척박한 광야와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견디며 얻은 지혜가 언어라는 소프트웨어에 고스란히 박제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모호함을 견디는 힘, '부정적 수용 능력'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의 공통점으로 '부정적 수용 능력(Negative Capability)'을 꼽았다. 이는 사실이나 이성을 성급하게 찾아내려 하지 않고 불확실성, 미스터리, 의구심 속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현대 인지과학자들은 히브리어 사용자들이 이러한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모음 없는 텍스트를 대할 때 뇌는 즉각적인 정답을 찾기보다 '가능성'의 상태를 유지하며 문맥 전체를 조망한다.
경영학 전문가들은 이 능력이 현대 기업가 정신의 정수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한다. 완벽한 시장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데이터 속에서도 흐름을 읽고 베팅하는 '직관적 결단력'이 바로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기술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의 모호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하는 저력 또한, 어려서부터 훈련된 '맥락 파악 능력'과 '불확실성 내성'에서 기인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보의 공백이 만드는 창의적 공간
정보가 완벽하게 주어지는 환경에서 인간의 뇌는 게을러진다. 모든 것이 설명된 텍스트는 수동적인 수용만을 강요하지만, 정보에 공백이 있는 텍스트는 독자의 능동적인 개입을 유도한다. 히브리어의 자음 체계는 독자에게 '공동 저자'가 될 것을 요구한다. 독자가 어떤 모음을 채워 넣느냐에 따라 문장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동적 해석'의 습관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혁신적인 가설을 세우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표면적인 수치 너머의 행간을 읽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 내 유대인 인재들의 활약을 분석한 연구들은 그들이 복잡한 알고리즘 속에서도 핵심적인 비즈니스 로직을 추출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자음이라는 뼈대 위에 문맥이라는 살을 붙여 의미를 창조해내던 히브리어식 사고 훈련이 실전에서 발휘된 결과다. 결국 불확실성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채워 넣어야 할 '기회의 빈칸'인 셈이다.
당신의 비즈니스에도 모음을 제거하라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완벽한 정답'과 '명확한 매뉴얼'에 길들여져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모든 확실한 정보를 순식간에 정리해 주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경쟁력은 '불확실성 속에서의 통찰'이다. 히브리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모음이 없어도 문장은 읽히며, 오히려 그 공백이 우리를 더 깊은 사고로 인도한다는 점이다.
이제 당신의 비즈니스와 삶을 돌아보라. 모든 정보가 갖춰지기를 기다리며 결정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겉으로 드러난 자음 뒤에 숨겨진 진실한 모음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은 근육과 같아서 사용할수록 강해진다. 모호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맥락을 창조해 나갈 때, 비로소 당신의 사고는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읽어내는 히브리어의 지혜가, 혼돈의 시대 속에서 당신의 길을 밝혀주는 가장 예리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오늘 당신의 업무 리스트 중 가장 모호하고 불확실한 과제 하나를 골라보세요.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하기보다, 히브리어를 읽듯 앞뒤 맥락을 살피며 '일단 첫 번째 자음'을 적어보시길 바랍니다. 모호함 속에 머무는 연습이 당신의 비즈니스 감각을 깨울 것입니다. 지금 바로 실행해 보세요!
[ 허동보 목사 ]
ㆍ現 수현교회 담임목사
ㆍ現 수현북스 대표
ㆍ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학석사(M.Div)
ㆍ미국 Covenant University 신학석사(Th.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