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AI’에서 ‘일하는 AI’로의 대전환… 테크 리더 94% “우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단순 챗봇을 넘어선 ‘에이전트 AI’의 공습… 2030년까지 470억 달러 시장 폭발

개발자부터 기획자까지, AI 유창성(Fluency)이 생존의 조건이 되는 시대

“AI가 내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다, AI를 다루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뿐”

2025년 하반기, 실리콘밸리의 한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상상해 보십시오. 우리 회사의 AI 에이전트는 API와 통신하고, 티켓을 처리하며, 심지어 코드를 배포까지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팀은 이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통제하며 신뢰해야 할지 모릅니다. 마치 매뉴얼의 핵심 챕터를 건너뛴 채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분입니다.”

이 고백은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2025년 12월 29일 발표된 인터뷰 킥스타트(Interview Kickstart)와 바차트(BarChart)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리더의 무려 94%가 ‘에이전트 AI(Agentic AI)’ 관련 기술 역량 부족(Skills Gap)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전트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변만 하던 기존 생성형 AI와 다르다.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Action)을 취하고, 복합적인 업무를 연쇄적으로 처리하며, 실무 워크플로우 안에서 반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차세대 시스템이다.

테크 업계의 리더들조차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지금, 개별 엔지니어와 프로젝트 매니저(PM), 그리고 지식 근로자들은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

 

‘조언자’에서 ‘수행자’로: 에이전트 AI의 부상

이러한 인력 난이 왜 갑자기 대두되었는지 이해하려면 AI의 진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2018~2022년 (조언자 단계): 트랜스포머 모델과 초기 챗봇이 등장했지만, 이들은 주로 정보를 제공하는 조언자에 머물렀다. 행동은 인간의 몫이었다.
* 2023~2024년 (생성형 단계): 챗GPT와 코파일럿(Copilot) 등이 대중화되며 생산성이 급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행 버튼을 누르는 주체는 사람이었다.
* 2024~2025년 (에이전트 단계): 바야흐로 에이전트 AI의 시대다. 이 시스템은 API 호출, 업무 흐름 실행, 도구 조작, 하위 에이전트 간의 협업 조율 등을 수행한다.

이제 AI는 단순한 ‘스마트 자동완성’ 도구가 아니다. 지치지 않고 수평적 확장이 가능한 ‘초능력을 가진 주니어 동료’에 가깝다. 맥킨지(McKinsey)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인간과 AI, 로봇의 협업을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할 경우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최대 2조 9천억 달러(약 3,800조 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94%의 공포: 기술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데이터는 문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리더의 94%가 기술 격차를 호소하는 가운데, 약 3분의 1은 에이전트 AI 구축에 필요한 직무의 40~60%가 채워지지 않았거나 숙련도 미달 상태라고 답했다.

반면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에이전트 AI 시장 규모는 2025년 73억 8천만 달러에서 2030년 약 470억 달러로 5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본은 몰리고 도구는 발전하지만, 이를 설계하고 보안을 유지하며 운영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꼽는 역량은 다음과 같다.
1.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설계: 비즈니스 문제를 여러 에이전트의 역할로 분배하고 조율하는 능력.
2. 플랫폼 및 인프라 구축: 확률적으로 작동하는 AI의 로그를 추적하고 디버깅하며 기존 시스템과 통합하는 기술.
3. 자율 시스템을 위한 MLOps/DevOps: 결정론적 코드가 아닌, AI 모델의 버전 관리와 가드레일(안전장치) 설정 능력.
 


AI 유창성(Fluency), 새로운 표준 스펙이 되다

이러한 변화는 개발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채용 공고에서 ‘AI 유창성’을 요구하는 비율은 지난 2년 새 7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PM,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 등 직군을 가리지 않는다.

오늘날 요구되는 AI 유창성은 단순히 “결과물을 다듬어줘”라고 명령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AI 도입의 적절한 시점 파악 ▲제약 조건과 예외 상황을 고려한 정교한 프롬프팅 ▲환각 현상(Hallucination) 및 데이터 유출 리스크 관리 ▲인간과 AI의 협업 루프 설계 등이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원격 근무와 지식 노동의 위기, 혹은 기회

2025년 말,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셰인 레그(Shane Legg)는 “AI가 원격 근무와 인지 노동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아 화제가 되었다.

그의 주장은 명확하다. 이메일 분류, 보고서 작성, 기능 코딩 등 구조화된 지식 노동은 에이전트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비용 절감을 원하는 기업은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원격 근무자를 저비용의 AI 에이전트로 대체하고, 이를 관리할 소수의 고숙련 인력만 남길 유인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조업, 금융, 의료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파일럿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Production) 단계로 진입했다. AI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숙련된 한 사람이 더 많은 프로세스를 감독할 수 있게 만드는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 역할을 하고 있다.

 

AI 대 인간이 아닌, ‘적응한 인간’ 대 ‘그렇지 못한 인간’

모든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기술 발전 속도가 개인의 학습 속도를 추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격차는 역설적으로 기회가 된다. 남들보다 먼저 에이전트 AI 역량을 갖춘 개인은 막대한 레버리지를 얻게 될 것이다.

향후 3년, 노동 시장의 분열은 ‘AI에 대체된 사람’과 ‘생존한 사람’으로 나뉘지 않을 것이다. 대신 ‘AI 에이전트를 지휘하고 설계할 줄 아는 사람’과 ‘AI가 없는 것처럼 일하다가 서서히 도태되는 사람’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기술직: 목표 지향적 에이전트 설계, 멀티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그리고 AI의 행동을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 비기술직: 자신의 업무를 ‘에이전트에게 맡길 수 있는 단위’로 쪼개는 워크플로우 설계 능력을 키워야 한다. AI가 초안을 잡고 인간이 판단과 검수를 맡는 협업 구조를 먼저 만드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테크 리더의 94%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미래는 AI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파트너를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에 달려 있다.

 

작성 2025.12.30 14:17 수정 2025.12.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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