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완산구 교동 ‘사랑이그림’ 한사랑 대표 “그날의 나를 그리는 시간, 대화를 닮은 그림 한 장의 힘”

‘그림의 즐거움’을 나누며, 배우고 싶은 마음을 응원하는 공간

 

▲ 전주시 완산구 교동 ‘사랑이그림’ 한사랑 대표

 

전주 한옥마을 인근 골목, 바람에 실려오는 음악소리와 함께 작은 웃음이 번진다. ‘사랑이그림’의 창문 너머로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한 붓 한 붓이 고요히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그날의 나를, 그날의 감정을 그리는 특별한 공간이다.

 

▲ 사진 = 사랑이그림 외부 전경

 

이곳을 운영하는 한사랑 대표는 “그림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라이브 캐리커처’는 단순히 얼굴을 그리는 기술이 아닌, 짧은 시간 동안 낯선 사람과 진심으로 대화하는 예술이다. “그날의 분위기, 목소리, 웃음까지도 그림에 스며들어요. 그래서 같은 사람을 그려도 매번 다른 그림이 나오죠.”

 

▲ 사진 = 사랑이그림

 

한사랑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이 삶의 중심이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전공하며 캐릭터를 그리는 일이 가장 즐거웠고, 자연스럽게 일러스트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그림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2학년 때 휴학 중이던 그녀는 선배의 권유로 우연히 ‘라이브 캐리커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날 처음으로 제 그림이 누군가의 얼굴을 웃게 만들었어요. 그림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죠.” 그 짧은 경험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복학 후에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항상 ‘사람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 사진 = 사랑이그림

 

이후 한 선배의 소개로 캐리커처 화실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 경험이 현재 ‘사랑이그림’의 시작이 되었다. “그때 가르치던 작가님이 저에게 ‘너도 언젠가 네 화실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죠.”

그녀는 2019년,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 자신의 첫 화실을 열었다.

 

‘사랑이그림’의 핵심은 즉석에서 완성되는 라이브 캐리커처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한 사람의 얼굴과 마음이 종이 위에 완성된다. 주말에는 관광객 중심으로, 평일에는 수강생 중심의 수업이 진행된다.

 

▲ 사진 = 사랑이그림

 

한 대표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손님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분위기가 보여요. 눈웃음이 예쁜 분도 있고, 이야기할 때 손짓이 따뜻한 분도 있죠. 저는 그 사람의 ‘기운’을 그리려고 해요.”

 

그녀에게 캐리커처는 단점을 희화화하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의 좋은 점을 살려주는 따뜻한 초상화다. “요즘은 단순히 닮게 그리는 것보다 ‘내가 행복해 보이는 그림’을 원하세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덜 닮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받는 사람이 웃으면, 그게 진짜 완성된 그림이에요.”

 

▲ 사진 = 사랑이그림

 

‘사랑이그림’은 단순한 작업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그림을 배우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작은 화실이기도 하다. 캐리커처뿐만 아니라 인물 팝아트, 보테니컬 아트, 캐릭터 팝아트, 아이패드 드로잉까지 폭넓게 다룬다.

 

▲ 사진 = 사랑이그림 수업 모습

 

수업의 대상은 대부분 성인반이며, 취미와 자아표현의 욕구를 채워주는 데 중점을 둔다. “그림을 그리면서 ‘나도 이렇게 집중할 수 있구나’ 하며 눈이 반짝이는 수강생들을 보면 저도 같이 행복해져요. 특히 50~60대 선생님들이 새로운 걸 배우며 성장하실 때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수업의 시작은 언제나 ‘관찰력 훈련’이다. 눈의 위치, 코의 각도, 얼굴의 비율 등 세세한 부분을 관찰하고 자신의 화풍을 찾는 연습을 한다. “사람마다 손의 버릇이 다르고, 중요하게 보는 부분도 달라요. 그래서 정답을 주기보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

 

▲ 사진 = 사랑이그림 수업 모습

 

한사랑 대표가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순간은 ‘반려견 가족 초상화’를 그렸던 어느 봄날이다.

“키우던 강아지 세 마리를 하늘나라로 보낸 뒤, 가족사진처럼 그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강아지가 커서 낳은 강아지와 손녀 강아지까지 3대를 키우셨죠. 그림을 완성하자마자 그분이 소녀처럼 웃으시면서 ‘이 아이들이 다 여기 있네요’ 하셨죠. 그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며칠 뒤, 그 손님은 화실 수업에 등록해 제자가 되었다. 지금은 여섯 해째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배운 실력으로 지인들의 생일이나 결혼식 때마다 그림을 선물한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아,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구나’ 싶어요.”

 

▲ 사진 = 사랑이그림

 

‘사랑이그림’은 최근 아이패드 드로잉과 굿즈 제작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수강생들도 디지털 그림에 도전하며 자신의 작품으로 스티커, 포스터, 액자를 직접 만든다. “처음엔 다들 ‘내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세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정말 신기해하시고, 완성된 그림으로 포스터나 엽서를 만들어가세요. 그게 또 하나의 자부심이 되죠.”

 

그녀는 앞으로 ‘캐리커처 특강’과 전시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단체전만 했는데, 언젠가는 수강생들 각각의 개인전을 열어주고 싶어요. 그림을 배우는 이유는 결국 ‘나를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한 대표는 자신을 지탱해준 ‘사람들’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저희 수강생 선생님들은 제 부모님 세대예요. 항상 ‘우리 딸 힘내라’며 응원해 주세요. 가게를 이사할 때도, 힘든 일이 있을 때도 항상 함께 손 잡아주셨죠.”

 

▲ 사진 = 사랑이그림

 

그녀는 이 공간이 단순한 화실이 아니라 “함께 웃고, 배우고, 위로받는 곳”이 되길 바란다.

“저는 늘 말해요. ‘혼자 온 길이 아니라, 함께 걸어온 길이었다’고요.”

 

그림은 결국 마음의 초상화다.

전주시 교동 ‘사랑이그림’의 한사랑 대표는 그 마음을 눈으로, 선으로, 그리고 따뜻한 대화로 그린다.

짧은 10분의 그림이지만, 그 안엔 수많은 이야기와 진심이 담겨 있다.

그녀의 붓끝에서 태어나는 그림은 결국 사람을 닮은 예술, 그리고 전주가 가진 느린 온도의 아름다움을 닮아 있다.

작성 2026.01.01 22:01 수정 2026.01.0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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