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되자마자 김민정(43·서울 마포구, 가명) 씨는 연이어 감기에 걸렸다. 두꺼운 옷을 입고 다녔지만 코막힘과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피로가 쌓이고 체온이 떨어져 면역력이 약해진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매년 찾아오는 한파 속에 이렇게 몸이 쉽게 무너지는 사람은 김 씨만이 아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여름의 3배에 달한다. 한파는 단순히 ‘춥다’는 불편함을 넘어, 몸의 방어체계 전체를 흔드는 ‘건강 적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추워지면 왜 감기에 더 잘 걸릴까
한파가 몰려오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둔해지고 면역세포의 활동력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태준.김재민의원 이태준 원장은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약 30% 감소한다”며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방어하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환기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닫힌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머물면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더 오래 떠다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교, 사무실, 학원 등에서는 감기와 독감이 연쇄적으로 번지곤 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은 체온 유지 능력이 약하고 면역체계 반응이 느려 감염 위험이 크다.
이 원장은 “추위를 느끼지 않아도 체온은 떨어질 수 있다”며 “얇은 옷차림이나 불규칙한 식사, 수면 부족이 면역력 저하를 가속화시킨다”고 경고했다.
겨울철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
한파 속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건강 이상은 감기, 독감,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심혈관질환 위험도 크게 높아진다. 차가운 공기는 혈관을 수축시키고, 이로 인해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거나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50대 직장인 박성호 씨(가명)는 작년 겨울 출근길에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영하의 날씨 속에서 무리한 출근이 원인이었다. 박 씨는 “그날 이후 겨울에는 절대 빈속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파는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에게 치명적”이라며 “혈관이 수축되면 혈류 속도가 빨라지고, 혈전이 생기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질환들은 갑자기 찾아오므로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손발이 차갑거나, 얼굴이 창백해지고, 평소보다 피로가 심해진다면 이미 면역력 저하와 혈액순환 장애가 시작된 신호일 수 있다.
따뜻하게 먹고, 자고, 움직이기
면역력은 복잡한 의학 지식이 아니라, 생활 속 습관에서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 유지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따뜻한 음식이 기본이다. 영양사 김지현 씨는 “겨울철에는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 계란, 생선, 미역국, 생강차 같은 음식이 체온 유지에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겨울에는 수분 섭취를 소홀히 하기 쉽지만, 수분이 부족하면 점막이 건조해져 바이러스 침입이 쉬워진다. 하루 6~8잔의 물을 꾸준히 마시는 것이 좋다.
수면도 면역력의 중요한 열쇠다. 숙면을 취하면 면역세포가 활발히 재생되지만, 잠이 부족하면 몸의 방어 시스템이 무너진다.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과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은 겨울철 건강 관리의 기본이다.
운동 역시 빠질 수 없다. 찬바람이 두렵다고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몸의 열 생성 기능이 떨어진다. 걷기, 스트레칭, 실내 요가 같은 가벼운 활동만으로도 체온이 0.5도 상승하고 면역세포가 활성화된다.
마지막으로 난방이 과도하면 공기가 건조해지고 점막이 손상된다. 가습기나 젖은 수건으로 습도 40~60%를 유지하면 호흡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체온 1도, 면역력 30%”
결국 한파 속 건강의 핵심은 ‘체온 1도’에 있다. 추위를 막는 옷, 따뜻한 음식, 충분한 수면, 적당한 운동이 체온을 지키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방법이다.
서울의 한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겨울에는 아픈 사람만 병원에 오는 게 아니라, ‘조금 피곤해서’ 오는 사람도 늘어난다”며 “그 피로의 대부분이 체온 저하와 관련 있다”고 말한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모두가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하루의 작은 습관, 따뜻한 물 한 잔, 짧은 산책, 규칙적인 식사 이 모든 것이 몸의 방패가 된다. 한파가 아무리 매서워도, 면역력은 스스로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