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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 공부방에 숨겨진 '2억 마약', 아이들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다

'공부 잘하는 약'의 탈을 쓴 악마

'공부 잘하는 약'의 탈을 쓴 악마

교복 입은 '마약 거상'의 탄생

사진=AI생성

 

"용돈 벌려고 시작했는데, 한 달에 300만 원을 준대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고교생 마약 유통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오피스텔을 '공부방'이라고 속여 빌린 뒤, 그곳을 마약 유통의 거점으로 삼았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성인들에게 마약을 판매하고, 수익금은 가상화폐로 세탁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영화 '수리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 아이들의 교실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섬뜩한 실화다.

 

35년 경찰 생활 동안 수많은 마약범을 잡았지만, 지금의 양상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대 마약 사범 검거 건수는 매년 역대 최다를 경신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아이들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돈을 벌기 위해 '운반책(드로퍼)'이나 '판매책'으로 가담한다는 사실이다. "걸려도 촉법소년이라 괜찮다"는 잘못된 믿음이 이들을 더 대담한 범죄로 내몰고 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속 세상은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텔레그램 '마약 방'에 입장하는 순간, 수백 개의 마약 메뉴판이 펼쳐진다. 인증 절차도 없이 가상화폐만 입금하면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는 '던지기' 방식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학교 쉬는 시간에 주문하고, 하굣길에 편의점 택배 찾듯 마약을 손에 쥐는 세상. 이 소름 끼치는 '접근성'이 10대들을 마약의 늪으로 끌어당기는 가장 강력한 자석이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일명 '나비약(디에타민)'의 폐해는 심각하다. 살 빠지는 약이라는 친구의 말만 믿고 병원을 돌며 처방받아 복용하다가, 결국 환각과 자해 소동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살만 빼면 그만"이라는 외모 지상주의와 이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일부 병원들의 탐욕이 아이들을 합법을 가장한 마약 중독자로 만들고 있다.

 

'펜타닐 패치' 사건 또한 뼈아픈 현실이다. 10대들이 허리 통증을 핑계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학교 화장실이나 공원 등에서 투약하다 검거된 사례가 빈번하다. 뼈가 녹는듯한 고통을 준다는 금단 현상 때문에, 아이들은 약을 구하기 위해 부모의 지갑에 손을 대고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것은 비행이 아니라 영혼을 좀먹는 '질병'이다.

 

한번 망가진 뇌는 돌아오지 않는다. 마약에 취해 눈동자가 풀린 채 비틀거리는 자녀를 경찰서에서 마주한 부모들의 절규를 나는 수없이 목격했다. "우리 아이는 착한 애"라는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평온했던 가정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한다. 호기심의 대가는 가혹하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평생 짊어져야 할 '낙인'과 뇌 손상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형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10대들이 스마트폰으로 마약을 쇼핑하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을 때, 그들을 제지한 시스템은 어디에 있었나.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어 가두는 것이 아니라, 중독의 고리를 끊어줄 실질적인 '재활 시스템'이다.

 

부모들 또한 "내 아이는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 아이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눈빛을 살피는 '진짜 관심'만이 아이를 살릴 수 있다.

 

 

칼럼니스트 소개

 

사진=전준석 칼럼니스트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이자 35년간의 경찰 생활을 총경으로 마무리한 치안 행정 전문가다. 현재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주요 기관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성인지감수성, 4대폭력 예방, 자살 예방 및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인권 예방, 리더십 코칭 등 폭넓은 주제로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 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 등이 있다.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인권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을 연재 중이다.

작성 2026.01.12 07:00 수정 2026.0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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