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통합 광역자치단체의 명칭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명칭은 단순한 행정 표기가 아니다. 주민 정체성과 지역의 역사, 도시 브랜드를 동시에 담아내는 상징 자산이다. 통합의 제도 설계가 아무리 정교해도 이름이 설득력을 잃으면 출범 순간부터 논란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문제의 출발점은 일부 특별법안에 담긴 ‘대전충남특별시’라는 병기형 명칭이다. 행정적으로는 중립적 타협처럼 보이지만, 일상 언어로 옮겨지는 순간 취약해진다. 약칭으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대충시’는 성급함과 허술함을 연상시키는 부정적 어감을 갖는다. 실제로 온라인 공간에서는 도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안으로 거론된 ‘충남대전특별시’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줄여 부를 경우 ‘충대시’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특정 대학을 떠올리게 한다. 광역자치단체 명칭으로서 요구되는 보편성과 중립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두 안 모두 공통적으로 ‘약칭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약점을 지닌다.
행정통합의 본질을 돌아보면, 명칭 선택의 기준은 분명해진다. 대전·충남 통합은 단순한 구역 병합이 아니라 충청권을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재편하는 시도다. 그렇다면 이름 역시 두 지역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통합의 방향성과 확장성을 담아야 한다. 병기형 명칭은 통합의 철학을 설명하지 못한 채, 오히려 “그냥 붙였다”는 인상을 남기기 쉽다.
이런 맥락에서 ‘충청특별시’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청’은 특정 도시가 아니라 권역을 대표하는 역사적 명칭이며, 향후 충북까지 포괄할 수 있는 확장성을 내포한다. 발음이 자연스럽고 부정적 약칭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강점이다. 통합 광역단체가 지향하는 중부권 거점 도시라는 정체성과도 부합한다.
물론 ‘대전’이라는 도시명이 공식 명칭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간과할 수 없다. 통합이 어느 한쪽의 흡수로 비쳐지는 순간, 명칭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절충안으로는 법적·행정적 명칭에는 대전과 충남의 정체성을 담되, 대외적 브랜드와 일상적 사용에서는 ‘충청특별시’를 활용하는 이중 구조가 거론된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매일 부를 이름에서 조롱과 오해의 여지를 제거하는 일이다.
명칭 논란은 가볍지 않다. ‘대충시’나 ‘충대시’ 같은 별칭은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 유치, 관광 홍보, 청년 인재의 선택 과정에서 도시의 첫인상을 규정한다. 통합이 목표로 하는 경제권 확대를 이름 하나로 스스로 깎아먹을 수도 있다.
행정통합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가려면, 명칭부터 실행 가능한 언어여야 한다. 시민 공모와 공론화, 국회 논의라는 절차도 중요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한 단어다. 그 단어가 자부심이 될지, 평생 따라다닐 부담이 될지 지금 결정된다. ‘충청특별시’는 적어도 통합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래 확장성을 가장 넓게 열어두는 선택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멋진 타협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