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변화 속 한국 조선업의 약진
2025년, 한국의 주요 조선 기업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전 세계 조선 산업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국내 조선사들에게 긍정적인 반사이익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선박 수주량 기준으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56.1%로 전년도 70.5%에 비해 상당폭 감소한 반면, 한국은 14.3%에서 22.5%로 크게 상승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습니다.

2026년 시장 전망 및 당면 과제
그러나 2026년 조선 시장은 일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전체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14.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해상 운임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친환경 규제의 이행을 약 1년가량 유예한 점은 선주들이 신규 발주를 미루고 관망하는 태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수주량은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입니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수주 규모가 전년 대비 5.3% 줄어든 9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고부가가치 선별 수주 전략과 미래 준비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조선 빅3는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선별적 수주'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이 인도할 물량은 작년보다 적지만, LNG 운반선과 같은 고가 선박의 비중이 높아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세계 LNG 생산량 확대에 발맞춰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발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2026년 수주 실적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국내 조선사 운영에 즉각적인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신규 선박 가격 하락과 발주량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선박 온실가스 감축 중기 조치' 채택 1년 연기는 국내 조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기 조치는 5000톤 이상 선박이 일정 기준 이상의 연료 집약도를 초과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조선사들은 이 조치의 연기로 인해 선주들이 노후 선박을 친환경 모델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17년 만에 국가필수선박의 운영 규모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국제 정세 변화로 해양 안보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비상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88척으로 2010년 이후 16년간 정체되어 있던 국가필수선박의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입니다.

해양수산부는 현행 88척인 국가 필수선박 목표치를 2027년 90척, 2028년 92척으로 각각 2척씩 늘리고, 이와 연계하여 손실 보상금도 현실화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예산 당국 등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을 통해 재 산정한 국가 필수선박의 적정 운영 규모를 바탕으로 관련 부처 및 민간 기관들과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국가 필수선박 제도의 필요성 및 확장 방안
정부는 2006년부터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 또는 해운·항만 기능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략 물자, 필수 소비재, 군수 물자 등을 안정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상업용 선박을 국가 필수선박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운영해왔습니다. 제도 도입 당시 30척에 불과했던 국가 필수선박(목표치 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쳐 2010년 현재의 88척까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에너지를 사실상 전적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현재의 규모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관련 업계 안팎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국해운협회 이사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이 원자재의 99.7%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이 붕괴될 경우 국가 경제의 마비가 불가피하다"며 "2040년까지 최소 200척 규모의 전략상선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양곡 등 9대 전략 물자를 선정하고, 현행 국가필수선박 88척을 전략상선대로 전환 및 확대하여 100척을 상시 운영하는 한편, 추가 100척은 국내 조선소에 신규 발주하여 확보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협회가 요구하는 국가필수선박 운영 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재정 지원 확대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된 선박은 비상시에 정부의 동원 요청에 응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며, 평시에도 한국인 선원 채용 규정 준수 및 비상 대비 훈련 참여 등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보상금 수준으로는 충분한 차액 보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선사들은 국가필수선박 지정을 꺼리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운업계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금 증액과 같은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해수부 또한 국가필수선박 목표 상향에 따른 증액과 지원 단가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