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계약금을 두 배로 돌려주고 매매 계약을 파기하는 ‘배액배상’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거래 절차가 길어져 계약부터 잔금까지 시간이 벌어지자, 그 사이 신고가가 나오면 매도인이 계약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매매 계약 체결 이후 실제 거래 종결까지 기간이 길어졌다. 허가 절차가 선행되면서 계약 진행 속도가 늦어졌고, 그 사이 인근 단지에서 신고가가 나오면 매도인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보다 계약 파기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중개업소 설명이다.
배액배상은 민법 제565조에 따른 계약 해제 방식으로, 매도인이 계약금을 두 배로 반환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예컨대 계약금 5000만원을 받았다면 1억원을 돌려주면 계약이 해제되는 구조다.
실제 동작구에서 아파트를 계약한 직장인 송모 씨(45)는 계약금 2000만원을 지급한 뒤 집주인으로부터 계약 해제 의사를 통보받았다. 집주인은 인근 신고가 소식을 근거로 “4000만원을 돌려주겠다”며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씨는 “절차가 길어지는 사이 가격이 오르자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계약 안정성이 흔들리자 매수인들 사이에서는 계약금을 통상보다 높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매매가의 10% 안팎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20~30% 수준으로 계약금을 올려 매도인의 계약 해제 부담을 키우려는 시도가 일부 거래에서 관측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매도인들은 배액배상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해 중도금 지급 시점을 최대한 늦추거나, 잔금 직전까지 중도금을 받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금까지 수령하면 계약 해제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계약금 입금 자체를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부 매도인이 계약금 입금 전까지 계좌번호 제공을 미루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계약금이 입금되는 순간 계약 효력이 발생해 이후 가격이 올라도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집주인들이 조기 매도에 따른 기회비용을 의식하는 분위기”라며 “허가 절차로 거래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계약 이후 시장 상황이 바뀌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계약 단계에서 특약을 포함해 지급 일정과 해제 조건을 보다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중개사를 통한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매도인이 배액배상을 제시하며 해제를 요구할 경우, 이를 일률적으로 차단할 수단은 제한적이어서 거래 당사자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