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구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공인중개사가 선순위 임차보증금 등 핵심 위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대인의 비협조를 이유로 추상적인 설명에 그친 경우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년 11월 8일 임차인 A씨가 보증금 1억1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사건에서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공인중개사협회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2022가단5343637).
재판부는 중개 과정에서 법령상 조사·확인의무가 없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계약 체결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라면 그릇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앞서 대법원도 “중요한 사항에 대해 진실인 것처럼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이를 믿고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2022년 6월 30일 선고 2022다212594).
문제가 된 사안에서 공인중개사는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며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권리사항’란에 ‘임대인의 자료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함’이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기재만으로는 선순위 임대보증금의 규모와 그에 따른 위험성을 임차인에게 충분히 알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대인이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계약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 제공을 거부하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 수, 인근 유사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 시세 등을 종합하면 이미 설정된 보증금이 주택 담보가치를 초과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가 구체적인 금액이나 위험 정도를 설명하지 않고 ‘선순위가 다수 있다’는 추상적 표현에 그친 것은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한 정보 제공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인 만큼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고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임차인은 위험의 정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경매 절차 등으로 보증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손해와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인중개사협회가 임차인에게 1억1000만원 전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다가구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 범위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임대인의 비협조를 이유로 위험을 추상적으로만 고지할 경우 민사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해, 향후 중개 실무와 분쟁 예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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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박명미 (공인중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