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교육은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일으킨다. 미술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정해진 길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의 속도로 탐색하고 표현하며 다양한 관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상황에서도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앞세우는 태도를 갖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구 달서구 ‘아꼼드 미술교습소’ 한소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 [아꼼드 미술교습소] 한소라 대표 |
Q. 귀사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아꼼드 미술교습소는 딸아이를 출산하며 엄마가 된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싶은가?”라는 질문 속에서 저는 “척박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 아이에게 낭만 한 스푼이 있다면 좋겠다. 조금 더 예술성을 가진 삶의 태도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이 공간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아이와의 시간이 쌓여갈 때마다 그 바람은 조금씩 형태를 갖추어 갔습니다. 삶의 난제와 방황조차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인다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보이고, 마음 한편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순간조차 예술이 되기를, 낭만의 한 페이지로 바꾸어갈 힘이 생기기를, 그리고 그 바람이 미래의 제 딸아이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과거 입시 미술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한 가지 분명한 과제와 마주했습니다. 기술적인 표현 능력은 반복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일정 수준까지 상향 평준화가 되지만, 결국 '발상의 확장'과 '창의적 사고'의 생각 전환이 성장을 좌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주제를 바라보는 작은 시선을 넓히고, 그 안에서 사고의 방향과 자신만의 태도를 찾아가길 바랐습니다.
미술이라는 영역은 본래 예술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정답을 요구하고 반영해야만 하는 기술 중심의 미술로 변해 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마음속에 품었던 그 고유한 예술성과 창조성도, 어느새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온전히 자신의 예술성이 지켜지고 확장되어 세상에 승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나 자신을 위로하고 공감할 수 있는 아이로, 나아가 세상과 사회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사회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꼼드 미술교습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귀사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5세부터 시작해 유치부 및 초등부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아꼼드 미술 교습소에서는 수업 프로그램에 ‘나이의 경계’라는 틀을 두지 않습니다. 모두가 통합된 예술의 장 아래 함께 배우며 각기 다른 사고방식을 넘나들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익히도록 돕습니다. 이처럼 아꼼드는 ‘보이지 않는 경계’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도록 이끌고자 합니다.
수업은 매달 하나의 대주제를 설정하고, 그 주제를 탐구하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아이들은 회화, 조형미술, 응용미술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주제에 접근하며, 예술의 세계를 다방면으로 이해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작품의 심도와 스토리텔링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도서, 음악, 음식 등 다양한 영감의 요소가 반영되기도 합니다.
또한 정규 수업 외에도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원데이 클래스가 정기적으로 운영되어, 아이들이 더 집중된 환경 속에서 표현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 [아꼼드 미술교습소] 내부 모습 |
Q. 귀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아꼼드 미술교습소는 엉뚱한 생각이 환영받는 공간으로, 아이들이 사회의 규범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 공간에서는 그 어떤 표현도 제한받지 않으며 아이들은 방해받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을 펼쳐갑니다. 아이들의 엉뚱한 생각은 소중한 자산이며, 이곳에서는 그것이 나를 이해하고 세상에 나를 전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술의 핵심은 ‘나를 표현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해진 형식이나 정답을 따르는 방식을 지양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받아 들고도 각자의 감각과 관점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며 작품을 완성해 가는 흐름을 중시합니다.
수업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를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나아가 사회 속에서 예술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발휘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고자 합니다.
이처럼 아꼼드는 아이들과 함께 고유한 예술적 정체성을 쌓아가며 자신 안에 숨겨진 예술성을 발견하고 펼칠 수 있는 여정을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Q. 귀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과거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어 눈을 맞추거나 말을 통해 마음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던 아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말로 닿기 어려운 부분을 그림이라는 조용한 언어로 이어갔습니다.
그러자 언어가 스며들지 않던 아이에게 미술은 장애보다 먼저 인간으로서 가장 본질적인 표현 방식이 되어 주었습니다. 종이 한 장이 말의 자리를 대신하고 붓질 하나가 이해의 자리를 채우는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표현과 감정이 서툴던 아이가 색과 형태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비록 희미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소통의 가능성을 마주했습니다.
저는 미술이 형식이나 기술을 넘어 내가 여기 있고 나의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조용하지만 굳건한 선언이라고 믿습니다. 그 아이에게 여전히 미술이 말보다 깊고 소리보다 따뜻한 언어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 ▲ [아꼼드 미술교습소] 수업 모습 |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꼼드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딸아이에게 건넨 한마디의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을 예술로 표현하며 그 안에서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고자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보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진심으로 그려낼 줄 아는 아이가 자라나기를 바라며 그 여정에 따뜻하게 머무를 수 있는 오아시스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술은 결국 삶과 닮아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순간도 있고 눈부신 순간도 있지만 그 모든 시간을 스스로의 색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예술이자 나를 찾아가는 길이 됩니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태어나는 한 줄기의 선과 한 점의 색 그리고 한 아이의 생각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물들이기를 바랍니다.
아꼼드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있으며 오늘도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 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기를 기대합니다. 사막처럼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의 꿈이 계속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꼼드의 어원이 '꿈이 자라나는 귀여운 오아시스(acomde: a cute oasis making dreams expand)'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예술을 피워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AI 시대가 자리 잡은 지금, 예술의 중요성과 가치는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식과 데이터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예술로 확장할 수 있을 때 세상은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됩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AI가 중심이 되겠지만 미술과 같은 예술을 통해 자란 아이들은 정보와 기술을 넘어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확인하며 세상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소중한 아이에게 그리고 내 안의 나에게 예술이라는 작은 기적을 건네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