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용산공원과 캠프킴 등 서울 도심 국유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서울 한복판 마지막 퍼즐’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도심에 의미 있는 물량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공급의 속도를 택할지, 공원 조성의 원칙을 지킬지 정책 선택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정부 안팎에서는 이달 중순 공개될 추가 공급 대책에서 용산권을 축으로 한 ‘국유지 패키지’가 핵심으로 거론된다. 기존 용산정비창 부지 논의에 더해 용산공원 본체 일부와 LH가 관리하는 캠프킴(약 4만8000㎡)까지 후보로 올라, 2025년 ‘9·7 공급대책’에서 제시된 3만3000가구보다 1만~2만가구 늘어난 최대 5만가구 규모가 거론되는 분위기다.
정책 배경은 분명하다. 지난해 10월 15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며(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시장은 거래와 금융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규제만으로 가격을 누르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결국 남는 카드는 ‘도심 공급’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는 것이다.
문제는 용산공원 본체 활용이 ‘행정’이 아니라 ‘입법’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공원 부지를 공원 외 목적으로 전용하거나 매각 등 처분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취지를 담고 있어, 공원 본체를 택지로 돌리려면 특별법 개정이 사실상 전제조건이 된다. 정치권에서 개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캠프킴은 또 다른 난제다. 2020년 ‘8·4 대책’ 당시 3100가구 공급 후보로 언급됐지만 토양오염 정화 지연과 주민 반대, 관계기관 협의 난항 등이 겹치며 사업이 흔들려 왔다. 최근에도 오염정화 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후보지로 올리더라도 곧바로 착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의 ‘도심 국유지’ 전략은 용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암DMC(3만7262㎡)는 주거비율 조정에 따라 2000가구에서 4000가구 이상까지 공급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은평 옛 국립보건원 부지(4만8000㎡)도 역세권 입지를 바탕으로 1000가구 이상이 거론된다. 다만 두 곳 모두 과거 매각·개발이 매끄럽지 않았던 전례가 있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위축과 공사비 부담이 여전히 현실 변수다.
정책의 정치적 맥락도 빼놓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용산 일대 주택 공급 구상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만큼, 여권의 ‘도심 공급 드라이브’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다만 공원 부지의 성격을 바꾸는 순간, 주거권과 공공녹지라는 가치가 정면충돌하게 된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공급 숫자”보다 “사회적 합의의 설계”에 달려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왜 용산공원인가’에 대한 설득 가능한 기준(대체지·공원면적 보전·기부채납·주거 유형)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둘째, 캠프킴처럼 오염정화·문화재·군 협의가 얽힌 부지는 “공급 발표”와 “입주 시점” 사이의 시간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은 정책을 신뢰하고, 주민은 절차를 납득한다.
서울 도심 공급은 늘 ‘상징’과 ‘현실’의 줄다리기였다. 용산공원 주택카드는 그 줄다리기의 끝판왕에 가깝다. 정부가 진짜로 ‘도심 공급’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법·환경·재원·교통을 한꺼번에 묶어내는 실행계획이다. “서울 도심 마지막 유휴지”를 꺼내 드는 순간, 정부는 공급 효과만이 아니라 공공성의 무게까지 함께 감당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