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꼼수비전] 팔지 마라, 팔리게 하라! 왜 열심히 설명할수록 매출은 도망갈까?

설명은 많아졌는데, 이상하게 팔리지는 않았다

고객은 ‘설득’보다 ‘공기’를 먼저 감지한다

브랜드는 결국 무의식에 남은 반복이다

설명이 많아질수록 불안해지는 이유

 

“이 제품은요…”
입을 여는 순간, 상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는다. 말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공기가 먼저 바뀐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장면이다. 설명은 충분했지만, 대화는 어딘가 불편했고 결과는 늘 비슷했다. “생각해 볼게요.”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팔려고’ 할 때의 느낌을. 그 공기는 묘하게 끈적하고, 선택의 여지를 주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밀어붙인다. 문제는 그 장면에 서 있는 사람이 판매자일 때다. 자신도 모르게 같은 공기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한다.

 

과거의 나는 설명에 집착했다. 기능, 품질, 차별점, 경쟁 우위까지 빠짐없이 준비했다. 말은 점점 유려해졌고 설명은 정교해졌다. 하지만 설명이 끝날수록 몸은 먼저 지쳤다. 매출보다 피로가 먼저 쌓였다. 그러다 어느 날, 말을 줄였다. 대신 고객이 직접 느끼는 순간을 하나 만들었다. 시향 한 번, 시음 한 모금, 짧은 체험 한 컷. 놀랍게도 매출은 그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깨달았다. 팔려고 할수록 멀어지고, 팔지 않으려 할수록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판매는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경영학 교과서는 판매를 이렇게 정의한다. 판매란 제품을 고객에게 인도하는 행위이며, 마케팅의 마지막 단계라고 말한다. 이 정의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현실에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오늘의 고객은 이미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다. 검색 몇 번이면 기능 비교, 가격 분석, 후기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설명은 더 이상 희소한 자원이 아니다. 오히려 과잉 상태다. 이 환경에서 추가 설명은 친절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그래서 판매 현장은 점점 어색해진다. 판매자는 더 열심히 말해야 한다고 느끼고, 고객은 더 빨리 거리를 두려 한다. 이 엇갈림 속에서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구조다. 설명 중심의 판매 구조는 이미 한계를 맞았다. 고객은 설득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말이 아니라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고객은 무엇에 반응하는가?

 

고객은 생각보다 민감하다. 말의 내용보다 말이 나오기 전의 태도, 눈빛, 간격, 타이밍을 먼저 읽는다. “혹시 이런 문제 있으세요?”라는 문장은 친절해 보이지만, 동시에 ‘지금부터 팔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방식을 바꿨다.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이거 그냥 한번 써보세요. 괜찮으면 말씀 주셔도 되고, 아니면 안 하셔도 됩니다.”

 

이 문장은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권을 돌려주는 구조다. 고객이 결정하게 만드는 태도다. 이때 고객은 방어를 풀고 경험에 집중한다. 그리고 경험이 쌓이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고객 쪽에서 먼저 나온다. “이거 어디서 샀어요?”

 

한 번은 이런 말을 들었다. 

 

“딱히 뭐가 좋다고 말은 못 하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또 사게 돼요.”

 

이 말이야말로 마케팅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선택. 브랜드는 이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팔리는 구조는 말이 아니라 설계다. 진짜 판매는 마케팅의 결과가 아니다. 경험이 연쇄적으로 작동한 끝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구조가 좋으면 제품이 말을 한다. 판매자는 뒤로 물러나도 된다.

 

이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디자인, 동선, 첫 노출의 인상, 반복되는 접점, 공간의 분위기까지 모두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선택했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그 선택이 자발적일수록 충성도는 깊어진다.

 

설명은 순간이지만, 경험은 기억으로 남는다. 기억은 반복을 낳고, 반복은 브랜드가 된다. 그래서 오래가는 브랜드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거기 거 쓰게 되더라”는 말이 따라온다.

 

팔려고 드는 순간 우리는 불편해진다. 고객도, 판매자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팔지 않아도 되겠다는 태도를 갖는 순간, 관계는 느슨해지고 거래는 오히려 자연스러워진다.

 

지금도 우리는 너무 많이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여전히 많은 현장에서 설명은 늘어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은 길어지고 콘텐츠는 복잡해진다. 하지만 매출은 그만큼 따라오지 않는다. 어쩌면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어떻게 더 잘 설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지 않아도 느끼게 할 것인가.

팔지 마라.
팔리게 하라.

 

이 단순한 문장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그 태도를 구조로 만드는 순간, 브랜드는 비로소 오래간다.

지금 운영 중인 경영체, 상품, 서비스, 콘텐츠를 떠올려 보라.


설명부터 하고 있는지, 경험부터 주고 있는지.


그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더 많은 인사이트를 원한다면, 이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권한다.


“나는 지금 팔고 있는가, 아니면 팔리게 만들고 있는가.”
 

 

 

최병석 칼럼니스트 기자 gomsam@varagi.kr
작성 2026.01.10 11:02 수정 2026.01.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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