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자 비중이 2년 반 만에 최저치로 내려왔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를 연이어 가동한 결과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복수 주택을 정리한 자금이 시장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더욱 응집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가 만든 선택의 끝에서 집값 양극화는 오히려 가속화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381로 2023년 5월 이후 3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비중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특히 2주택자 지수는 11.307으로 2024년 4월 이후 가장 낮았고, 3주택자 지수도 2.58까지 떨어지며 2022년 중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다주택 보유 자체가 ‘비합리적 선택’이 된 시장 환경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이 흐름의 출발점은 정책이다. 지난해 6월 이른바 ‘6·27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사실상 0%가 됐다. 추가 매입을 위한 레버리지는 봉쇄됐다. 이어 10월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고,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됐다. 전세대출 한도까지 2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시장에는 명확한 신호가 전달됐다. “여러 채를 들고 있지 말고, 하나만 선택하라”는 메시지였다.
선택의 방향은 명확했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의 ‘어정쩡한’ 주택을 정리하고, 가격 방어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실제 가격 흐름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권은 송파·성동·마포·서초·강남 순으로 모두 서울 핵심지였다. 규제가 만든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좁은 곳으로 몰렸다.
그 결과는 양극화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4억3849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전국 하위 20%(1분위)는 1억1519만원에 머물렀다. 서울 내부에서도 하위 20% 아파트 가격은 2년째 정체 상태인 반면, 상위 20%와의 격차는 6.9배로 벌어졌다. ‘한 채만 허용된 시장’에서 그 한 채의 질적 차이가 곧 자산 격차로 굳어지고 있다.
이제 정부의 시선은 다시 세제로 이동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를 이끄는 구윤철 부총리는 고가주택 보유에 대한 과세 강화를 시사하며 응능부담 원칙을 언급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이 국제적 흐름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똘똘한 한 채’에 쏠린 자금을 다시 분산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정책의 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짚어볼 대목이다. 대출로 누르고, 규제로 묶고, 그 결과가 한쪽으로 쏠리면 다시 세금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점점 더 선별적으로 움직이고, 자산 격차는 구조화된다. 다주택자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주거 사다리를 넓히는 데까지 이어졌는지는 아직 물음표다.
지금의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하다. 다주택자는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집은 더 비싸지고, 더 좁은 곳에 집중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가 개인의 합리적 선택인 한, 이를 억제하는 정책은 또 다른 쏠림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 카드가 세금이든 공급이든, 이제는 수요의 이동 경로까지 함께 설계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