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기준을 완화한 정부 시행령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시행령이 상위법이 명시한 ‘동등한 접근과 이용’ 원칙을 훼손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디지털 접근권 논쟁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무인정보단말기, 이른바 ‘키오스크’는 외식업소와 공공시설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주문과 결제, 안내 기능을 자동화한 이 장치는 효율성을 앞세운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 결과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시각장애인은 음성 안내가 제공되지 않는 화면 앞에서 기기 위치조차 파악하기 어렵고,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설치된 단말기 때문에 이용 자체가 제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기술 발전 뒤에 가려진 구조적 배제’라고 지적해 왔다.
이와 관련해 2026년 1월 13일 헌법재판소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과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 일부 조항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권 단체는 문제의 시행령이 상위 법률이 규정한 ‘장애인의 동등한 재화·용역 이용권’을 실질적으로 약화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21년 개정을 통해 무인정보단말기를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과했고, 이후 시행령에서는 접근성 검증 기준을 충족한 기기 설치와 함께 휠체어 접근 공간 확보, 점자 안내, 의사소통 수단 마련 등 환경적 조치를 규정했다.
그러나 이후 개정된 시행령은 이러한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보조인력 배치나 음성 안내 제공만으로 접근성 기준을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소상공인 전반과 테이블오더형 무인정보단말기에 대해서는 접근성 검증 의무를 면제하는 예외를 신설했는데,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접근성을 사전에 확보해야 할 의무를 사후적 인력 지원으로 치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접근성 검증 기준과 인적 지원은 ‘택일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임에도, 시행령이 이를 선택 구조로 전환해 물리적·기술적 접근성을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인점포에서의 호출벨이나 비상주 인력 방식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질적 차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정부 책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법 개정 이후 접근성이 확보된 무인정보단말기 개발과 보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기존 기기를 교체해야 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재정 지원 역시 미흡했기 때문에 그 결과 발생한 부담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장애인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청구인들은 이번 헌법소원이 단순한 제도 다툼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누가 배제되고 있는가’를 묻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후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의 문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