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의 조건

 

최보영 칼럼니스트  ⓒ코리안포털뉴스

어른이 된다는 건 언제부터일까. 법적으로는 성인이 되는 순간이 있고, 사회적으로는 경제적 독립이나 직업을 가질 때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느끼는 ‘어른의 감각’은 그와 다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는 상태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을 어른이 되는 시점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학생 시절에는 정답이 있었다. 문제를 풀면 채점 기준이 있었고, 잘하는 이유가 설명되었으며, 틀리면 어디서 잘못됐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 사회 초년기에도 비슷했다. 선배가 있었고, 매뉴얼이 있었고, ‘이렇게 하면 된다’는 암묵적인 경로가 존재했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선택은 여전히 많지만, 설명은 사라진다. 누구도 대신 결정해주지 않고, 결정의 결과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 된다. 이때부터 삶은 더 이상 친절하지 않다.

 

오늘날 어른들의 피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판단해야 할 순간이 지나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이 옳은지, 언제 멈춰야 하는지,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지에 대해 누구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알아서 하라”는 말은 자유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는 선택의 권한을 개인에게 넘겼고, 실패의 비용 또한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구조 속에서 불안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결정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결과에 가깝다. 어른이 된 이후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결정을 내린다. 일의 방향, 관계의 거리, 소비의 기준, 미래에 대한 설계까지. 이 결정들에는 더 이상 정답도, 참고서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결과로 평가받는다. 선택은 자유였지만, 결과는 점수처럼 남는다. 이 간극이 어른들을 지치게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몇 년간 심리 상담, 코칭, 타로, 사주와 같은 콘텐츠가 확산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미신의 유행이 아니라, 설명 없는 결정의 시대에 나타난 하나의 사회적 반응이다. 사람들은 미래를 정확히 알고 싶어서라기보다, 잠시라도 선택의 부담을 내려놓고 싶어서 질문을 던진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을까”라는 물음에는 사실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이 선택을 나 혼자만 책임져야 하는 게 맞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확신 없이 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반복하는 일이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선택하고, 결과를 견디며, 필요하다면 방향을 수정하는 능력.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 이후의 자신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설명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는 태도, 그게 어른의 조건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어른을 ‘단단한 사람’으로 상상한다. 흔들리지 않고, 답을 알고, 감정을 통제하는 존재처럼 그린다. 그러나 실제의 어른은 다르다. 어른은 흔들리면서도 결정을 미루지 않는 사람이고, 불확실함을 안고서도 삶을 계속 운영하는 사람이다. 설명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이어가는 사람. 그것이 성숙이다.

 

이제 어른의 삶에는 매뉴얼이 없다. 대신 질문만 남아 있다. 이 길이 맞는지, 이 선택이 충분한지, 지금의 나로 괜찮은지. 중요한 건 그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답을 얻는 일이 아니라 답이 없는 상태를 견디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설명받지 못하는 상태는 결핍이 아니라 조건이다. 이 조건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어른의 삶이란 원래 불확실하고, 때로는 불친절하며, 종종 혼자 감당해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어른다움은 완성된 태도가 아니라, 계속 조정되는 태도에 가깝다. 오늘도 우리는 설명 없는 선택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어른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작성 2026.02.02 03:31 수정 2026.02.02 04:01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리안포털뉴스 / 등록기자: 최보영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얼굴천재 차은우, 200억 탈세 의혹에 국방부도 등 돌렸다?
박군. 한영 부부 이혼설의 진짜 반전
겨울만 되면 내가 곰이 된 것 같아. ‘햇빛 결핍’의 경고
서울 한채 값으로 지방 아파트 700 채.
만보 걷기? 오히려 건강 해칠 수 있다.
별이 된 세기의 유혹자, 브리지트바르도, 누구인가?
자식보다 낫다? 부모님 홀리는 ai의 정체!
직장 내 괴롭힘의 끔찍한 결말
굶지 않고 똥뱃살 빼는 3가지 습관
도가니텅? 사골국? 관절엔 효과없다
허리 통증을 이기는 100세 걷기 비밀
하치노헤시
심박수, 가만히 있어도 100? 돌연사, 위험!
외로움이 돈보다 무섭다!
하치노헤, 여기 모르면 손해!
도심에서 전원생활? 가능합니다. ‘화성파크드림프라브’
겨울 돌연사, 혈관 수축 경고
‘아직도 육십이구나’라고 말하던 국민배우 이순재의 마지막 메시지
가마지천 자전거 위험
암환자의 영양관리/유활도/유활의학
마음속 파장을 씻어내는 방법 #유활 #유활의학 #류카츠
유활미용침으로 젊고 탄력있는 피부를 만드세요
류카츠기치유(流活気治癒) #유활의학 #유활치료원 #우울증해소
덕수궁 수문장체험
스카이다이빙(소라제작)
오토바이와 반려견 충돌 사고 #반려견 #교차로 #충돌사고
엄마가 매일쓰는 최악의 발암물질ㄷㄷ
박정희 시리즈 9
유튜브 NEWS 더보기

부의 이동심리, 타워팰리스가 던지는 경제적 신호

그대는 소중한 사람 #유활의학 #마음챙김 #휴식

나 홀로 뇌졸중, 생존 확률 99% 높이는 실전 매뉴얼

숨결처럼 다가온 희망. 치유.명상.수면.힐링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다./유활도/유활의학/유활파워/류카츠대학/기치유

O자 다리 한국, 칼각 일본? 앉는 습관 하나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겨울마다 돌아오는 ‘급성 장폭풍’… 노로바이러스, 아이들 먼저 덮쳤다

아오모리 강진, 철도·항만·도심 모두 멈췄다… 충격 확산

경기도, 숨겨진 가상자산까지 추적했다… 50억 회수한 초정밀 징수혁신으로 대통령상 수상

간병 파산 막아라... 경기도 'SOS 프로젝트' 1천 가구 숨통 틔웠다 120만 원의 기적,...

100세 시대의 진짜 재앙은 '빈곤'이 아닌 '고독',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

브레이크 밟았는데 차가 '쭉'... 눈길 미끄러짐, 스노우 타이어만 믿다간 '낭패...

"AI도 설렘을 알까?"... 첫눈 오는 날 GPT에게 '감성'을 물었더니

응급실 뺑뺑이 없는 경기도, '적기·적소·적시' 치료의 새 기준을 세우다

GTX·별내선·교외선이 바꾼 경기도의 하루… 이동이 빨라지자 삶이 달라졌다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 삶을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습관

아이젠사이언스생명연, AI 신약 개발 초격차 확보 전략적 동행

제주에서 시작된 건강 혁신, 임신당뇨병 관리 패러다임을 뒤흔든 교육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