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AI 만쥐(漫剧, mànjù·AI 생성 만화 드라마)’ 시장이 연간 750억 뷰를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는 네 가지 유형의 플랫폼이 있다. 이들의 전략은 한국 미디어·콘텐츠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AI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산업에서 ‘제작의 민주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확산 중인 AI 만쥐 시장은 이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텍스트 기반 창작물이 곧바로 영상 콘텐츠로 전환되는 새로운 제작 파이프라인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시장을 견인하는 첫 번째 유형은 젠잉(剪映, Jiǎnyìng)이다. 틱톡의 공식 영상 편집기로 알려진 젠잉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의 난이도를 극단적으로 낮췄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소설이나 대본을 입력하면 AI가 캐릭터를 생성하고, 음성을 합성하며, 만화 스타일의 영상 콘텐츠를 자동으로 완성한다. 이 모든 과정이 세계 최대 숏폼 플랫폼인 더우인(抖音, Dǒuyīn·틱톡)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젠잉의 성공은 AI 기술 그 자체보다 플랫폼과 제작 도구의 결합이 만들어낸 시너지에서 비롯됐다. 대규모 사용자 기반과 쉬운 제작 도구가 만나면서, 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폭발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한국 역시 이미 보유한 플랫폼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재현 가능한 모델이다.
두 번째 유형은 링징 AI만쥐(灵境AI漫剧, Língjìng AI Mànjù)다. 이 플랫폼은 오직 AI 만쥐 제작에만 집중하는 특화 전략을 택했다. 텍스트 입력부터 최종 영상 출력까지 전 과정을 단일 툴에서 처리하며, 무료에 가까운 가격 정책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기술의 고도화보다는 접근성과 속도로 시장을 넓히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한국 콘텐츠 시장에도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강력한 IP 풀을 보유한 한국에서, 이를 손쉽게 영상으로 변환해주는 AI 도구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존재한다. 기존 창작물을 AI 기반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는 ‘IP 변환 도구’는 새로운 성장 영역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상탕(商汤, Shāngtāng·SenseTime)이다. 홍콩 상장 AI 기업인 상탕은 대중 시장이 아닌 전문가 시장을 겨냥한다. 이들이 선보인 고품질 생성 AI ‘Seko 3.0’은 4K 화질, 캐릭터 일관성 유지 등 영화·게임 제작 수준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기술 장벽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이미 한국에도 지사를 두고 있는 상탕은 보안, 메타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 중이다. 고급 애니메이션, VFX, 게임 영상 제작 역량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 역시 열려 있다. 이는 ‘대량 생산’이 아닌 ‘고부가가치 콘텐츠’ 시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네 번째는 쿤룬완웨이(昆仑万维, Kūnlún Wànwéi)다. 게임과 글로벌 소셜 플랫폼 투자 경험을 가진 이 기업은 AI 모델 자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들이 개발한 장편 영상 생성 모델 ‘SkyReels’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에 활용되며, 글로벌 표준 AI 모델을 지향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로컬라이징이다. 언어와 문화권에 맞춘 콘텐츠 재생산이 가능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긴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는 K-웹툰, K-드라마 등 강력한 IP를 보유한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이들 네 가지 사례를 종합하면, 중국 AI 콘텐츠 플랫폼의 성장은 두 가지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하나는 플랫폼과 AI 도구의 결합을 통한 대중 시장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 깊이를 기반으로 한 고품질 전문 시장 공략이다.
한국 미디어·콘텐츠 산업은 이 두 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등 이미 형성된 플랫폼 생태계 위에 창작자 친화적인 AI 제작 도구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콘텐츠 붐을 만들 수 있다. 동시에 영상 제작, 스토리텔링, 캐릭터 기획에서 축적된 노하우에 AI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고품질 콘텐츠를 선점할 필요도 있다.
AI는 더 이상 선택적 도구가 아니다. 콘텐츠 산업의 기본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움직임은 빠르지만, 한국이 가진 플랫폼 자산과 제작 역량을 전략적으로 결합한다면 이번 AI 콘텐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여지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떤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시키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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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