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 현장에 디지털 저술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스며들고 있다. 오랜 시간 밭과 과수원에서 축적된 농업인의 경험은 대부분 개인의 기억 속에 머물러 왔다. 세대교체와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이 지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소멸될 위험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전환의 기회로 바꾼 사례가 등장했다. 좋은세상바라기(주)가 운영하는 AI 기반 글쓰기·출판 교육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농업인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삶을 공적 기록으로 전환하는 디지털 전환 모델을 제시한다.
핵심 동력은 생성형 AI다. 집필 경험이 없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농업인에게 AI는 집필 전 과정을 보조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경험은 AI와의 대화를 통해 구조화되고, 초안 단계의 구어체 문장은 맥락을 살린 문어체로 정제된다. 맞춤법과 표현의 장벽은 낮아지고, 글의 완성도는 빠르게 끌어올려진다. 디자인 역시 변화했다. 외주에 의존하던 표지와 편집 작업은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통해 자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출판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농업인은 창작의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교육 과정은 목적에 따라 두 갈래로 설계됐다. 4시간짜리 1회 특강은 디지털 출판 전반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다. AI 챗봇 활용 기초, 출판 흐름, ISBN 제도의 개요를 짚어 인식 전환을 돕는다. 16시간으로 구성된 정기 강좌는 결과 중심이다. 출간 기획서 작성부터 본문 집필, 표지 제작, 전자책 파일 완성과 ISBN 등록까지 이어지는 실습형 구조로 설계됐다. 단계별 실습을 통해 수강생은 실제 출판물을 완성한다.
이 과정의 차별성은 공신력에 있다. 완성된 전자책에는 국제표준도서번호가 부여되고,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절차를 거친다. 개인의 기록은 사적 산출물을 넘어 국가 기록물로 편입된다. 이는 농업인의 경험이 사회적 자산으로 인정받는 경로를 제도적으로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유통 가능성 또한 열린다. 온라인 서점 등록을 통해 지식은 공유되고, 농업인의 정체성은 ‘정식 작가’로 확장된다.

교육의 신뢰도는 현장 경험에서 비롯된다. 출판 행정과 유통 구조를 직접 다뤄온 최병석 대표가 강의를 이끈다. 출판사 운영 경험을 토대로 저작권, 행정 절차, 유통 전략을 실무 중심으로 전달한다. 이는 기술 활용을 넘어 출판 전반의 리스크를 줄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교육 참여자들의 반응은 변화의 실체를 보여준다. 60대 과수 농장 운영자는 AI의 도움으로 첫 에세이를 완성했다. 그는 집필 과정이 단순한 기술 학습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농업인의 경험이 기록으로 남는 순간, 노동의 시간은 사회적 의미를 획득한다.
이 교육 모델은 농업 지식의 소멸을 막고, 개인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한다. AI를 매개로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한다.
농부가 작가가 되는 과정은 직업의 전환이 아니라 기록 방식의 진화다. AI 기반 출판 교육은 농업의 역사를 현재형 기록으로 남기는 실천적 대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