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는 ‘한국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이론이나 개념이 아니라, 생활의 가장 구체적인 장면에서부터 다시 묻는 책이다. 저자 주강현은 오랜 시간 인류학과 민속학의 현장을 오가며, 우리가 너무 익숙해 더 이상 질문하지 않게 된 문화적 관습과 상징을 다시 문제 삼아왔다. 이 책은 그 질문들의 기록이며, 동시에 한국 사회가 스스로를 이해해온 방식에 대한 조용한 재검토이기도 하다.
책은 ‘왜 우리는 이런 풍습을 지켜왔을까’, ‘이 상징은 언제부터 당연해졌을까’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출발하지만, 곧 그 질문이 개인의 취향이나 지역적 특색을 넘어 사회의 권력 구조, 역사적 기억, 집단적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저자는 민속을 과거의 유물이나 향토적 낭만으로 소비하는 태도에 선을 긋는다. 민속은 살아 있는 사회적 언어이며, 그 언어를 해독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오해한 채 살아가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주강현의 글쓰기는 설명적이기보다 탐문에 가깝다. 그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왜 그 질문이 생겨났는지, 그리고 그 질문을 덮어두는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예컨대 제사의 형식, 금기와 길흉의 판단, 공동체 의례의 변화 같은 주제들은 단순한 풍속 소개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산업화와 근대화의 과정에서 무엇이 ‘비합리’라는 이름으로 밀려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함께 잃어버렸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 책이 지금 읽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통은 빠르게 상품화되거나, 반대로 완전히 폐기되는 양극단의 길을 걷고 있다. 한쪽에서는 ‘힙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쓸모없는 관습’으로 정리된다. 저자는 그 두 태도 모두를 경계한다. 전통을 이해한다는 것은 보존하거나 거부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세계관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해보는 작업이라는 점을 이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읽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 역시, 몇십 년 뒤에는 누군가에게 ‘수수께끼’로 남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문화를 선택하고, 어떤 기억을 다음 세대에 남기고 있는가. 이 질문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선택의 문제로 확장된다.
연결 독서로는 한국 근현대 일상의 변화를 다룬 인문서나, 동아시아 민속을 비교하는 연구서를 함께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이 던진 질문을 다른 문화권의 사례와 나란히 놓아보면, ‘한국적 특수성’이라 불리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보편적 인간 경험의 한 변주임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는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함께 걸음을 늦추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표지판들을 다시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토론보다 각자가 품고 온 질문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문화는 답이 아니라 대화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이 책은 끝까지 잊지 않는다. 저자인 주강현은 인류학자이자 민속학 연구자로, 한국과 동아시아의 생활문화, 해양문화, 집단 기억을 주제로 연구와 저술을 이어왔다. 학문적 연구와 대중적 글쓰기를 넘나들며, 전통을 현재의 언어로 해석하는 데 꾸준히 힘써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