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캠퍼스에 낭만이 꽃피어야 할 시기에 난데없는 공포 분위기가 감지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주를 이루면서 잠시 사라진 듯했던 대학가 신입생 군기 잡기, 일명 똥군기 문화가 대면 활동 재개와 함께 슬그머니 부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내기 배움터(새터)나 신입생 환영회 시즌이 되면 경찰서로 첩보 아닌 첩보가 들어온다. "어느 대학 무슨 과에서 집합을 걸었다더라", "막걸리 사발식을 강요한다더라" 하는 내용이다.
35년 경찰 생활 동안 조폭 잡고 강력범 잡으러 다녔지만,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고작 한두 살 많은 선배가 신입생들을 상대로 이런 짓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아직도 일부 학과에서는 신입생들에게 해괴한 복장을 강요하거나, 선배를 보면 90도로 인사하게 하고, 심지어 술 못 마시는 아이에게 '원샷'을 강요하며 토할 때까지 먹이는 야만적인 행태가 벌어진다. 그들은 이걸 학과의 전통이라 부르며 결속력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포장한다.
경찰관으로서 분명하게 말한다.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는 건 강요죄고, 위력을 과시하며 공포심을 조장하는 건 협박이자 폭행이다. 단체로 모여서 그런 짓을 하면 특수폭행, 특수협박이 된다.
사회 나가서 하면 바로 쇠고랑 찰 범죄 행위를, 대학 울타리 안이라고 해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해 줄 수는 없다.
선배들아, 고작 1, 2년 먼저 태어난 게 무슨 벼슬인가. 후배들 줄 세워놓고 군림하는 맛에 취해있는 모습이 얼마나 찌질하고 비겁해 보이는지 본인들만 모른다. 진짜 멋진 선배는 술 사주며 군기 잡는 사람이 아니라, 밥 사주며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권위는 강요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존경에서 나온다.
대학 본부도 문제다. 매년 터지는 문제인데도 "학생 자치 활동이라 개입이 어렵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가 사건이 터지면 그제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다. 이건 명백한 직무 유기다.
신입생 여러분,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하게 "싫습니다"라고 말해도 된다. 그 한마디에 무너질 선후배 관계라면 애초에 맺을 필요가 없다. 여러분이 대학에 온 건 자유와 진리를 배우러 온 것이지, 선배 비위 맞추며 술 따르는 법을 배우러 온 게 아니다. 낭만 가득해야 할 3월의 캠퍼스가 더 폭력으로 얼룩지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소개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이자 35년간의 경찰 생활을 총경으로 마무리한 치안 행정 전문가다. 현재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주요 기관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성인지감수성, 4대폭력 예방, 자살 예방 및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인권 예방, 리더십 코칭 등 폭넓은 주제로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 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 '그대는 늘 선물입니다' 등이 있다.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인권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을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