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친미 성향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아닌 델시 로드리게스를 과도 체제의 핵심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워온 미국이 기존 권력 핵심 인물을 선택한 결정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복수의 외교·안보 소식통과 미 정보당국 분석에 따르면, 이번 결정에는 중앙정보국(CIA)의 기밀 보고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보고서는 마두로 축출 이후 권력 공백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단기적 정치·치안 안정’과 ‘군부 통제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서는 마차도가 대중적 지지와 상징성은 크지만, 수십 년간 마두로 정권에 충성해온 군부와 관료 조직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역량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군부 반발, 무장 세력 저항, 치안 붕괴로 국가 통제력이 급속히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체제의 2인자로서 행정 경험과 군부·관료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어, 과도기적 안정 관리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민주적 정통성보다는 ‘관리 가능한 질서’를 우선시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적 계산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사태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며, 석유 생산 인프라의 조기 정상화를 핵심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영 석유 산업에 대한 이해와 관료 경험을 가진 로드리게스 체제가 단기간 내 생산 재개에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후안 과이도를 지원했으나 정권 교체에 실패한 경험 이후,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부 전반에 대해 실효성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깊이 관여해온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지정학적 계산 역시 이번 선택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로드리게스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마두로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의 강한 압박 속에서 실질적인 협력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마약 유통 차단, 이란·쿠바 등 적대 세력과의 관계 축소, 미국 기업의 자원 접근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불응할 경우 추가 제재나 강경 조치를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 중남미 영향력 재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미 민주주의’라는 가치보다 ‘단기 안정과 실익’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했으며, 이는 미국 우선주의가 외교·안보 현안에 적용되는 전형적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결정이 베네수엘라의 장기적 정치 안정으로 이어질지, 혹은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지는 향후 정세 전개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