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동산 중개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동중개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거부해 타 중개사의 영업을 방해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공정 경쟁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평가와 함께 직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이번 개정안은 2026년 2월 6일 복기왕·권영진 의원 등 12인이 발의했다. 법안은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제28조의2를 신설해, 개업공인중개사가 특정 중개대상물에 대한 중개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다른 개업공인중개사의 공동중개를 제한해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함께 포함됐다.
“폐쇄적 네트워크 차단” vs “계약 자유 침해”
발의 취지는 분명하다. 일부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중개사 또는 집단이 정보 공유를 가로막고 특정 중개사의 공동중개 참여를 배제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관행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전세사기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은 국가 자격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독립된 민간 경제 활동이라는 주장이다. 공인중개사는 공무원이 아니며, 계약의 상대방을 선택할 자유는 민법상 기본 원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동중개 여부는 각 중개사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뤄지는 사적 영역”이라며 “누구와 협력할지 선택할 자유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경영권과 직업 자율성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라고 지적한다.
‘영업방해’ 개념 적용 적절성 논란
개정안은 공동중개 제한 행위를 ‘영업방해’로 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해석 논란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 공인중개사는 매물 발굴, 위험 요소 검증, 광고 비용 투자, 거래 책임 부담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보한 매물은 일종의 영업 자산으로 인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광고를 보고 연락해 공동중개를 요구하는 행위를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업방해로 간주하는 것은, 방어적 권리 행사와 적극적 침해 행위를 혼동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스로 확보하고 관리하는 매물을 보호하는 행위가 곧 타인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법적 분쟁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입증 책임 구조도 쟁점
또 다른 쟁점은 입증 책임의 문제다. 법안이 시행되면 공동중개 거부 사실만으로 신고가 가능해지고, 중개사가 스스로 정당한 사유를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공동중개가 어려운 사유가 다양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의뢰인의 비밀 유지 요청, 사고 이력이 있는 중개사와의 협업 회피, 계약 구조상의 문제 등 복합적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사후적으로 행정기관에 입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개정안 찬성 측은 “현행법은 단체를 통한 공동중개 제한만을 금지하고 있어, 개별 중개사의 배제 행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규제가 어렵다”고 본다. 개정안이 시장 내 폐쇄적 관행을 해소하고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프롭테크와의 갈등 구도도 부상
일부 중개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대형 프롭테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플랫폼 기반 사업자가 공동중개 거부를 이유로 신고를 남발할 경우, 영세 중개사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법안 발의 취지는 특정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 내 공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다만 프롭테크와 지역 중개업계 간 갈등이 누적된 상황에서, 법 적용 과정에서의 형평성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율성과 책임의 균형이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히 공동중개 여부를 넘어, 전문 자격사의 자율성과 국가 규제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고 본다.
공정 경쟁은 분명 필요하다. 담합이나 정보 독점, 배제 행위는 시장 신뢰를 훼손한다. 그러나 규제 방식이 개별 중개사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형태가 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시장 질서는 강제 협업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선택과 책임 있는 행동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신뢰가 구축된다.
입법예고 기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국회가 현장의 목소리와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이번 논의가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어,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과 전문직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