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대 학생이 숨지고 가족이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피해 가족이 해당 아파트로 이사 온 지 약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며 지역사회 충격이 커지고 있다.
2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은마아파트 8층 세대에서 발생했다. 불길은 외벽을 따라 위층으로 번졌고, 건물 상층부까지 검은 그을음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창문이 산산이 파손되고 내부 집기가 크게 훼손된 모습이 확인됐다.
해당 세대에서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 예정이던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화상과 연기 흡입 증세로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베란다에는 불에 탄 교재와 책들이 흩어져 있었고, 사고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은마아파트는 이른바 교육 여건이 뛰어난 지역으로 평가받는 대치동에 위치해 있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군 수요가 몰리는 대표 단지다. 이번 사고가 학기 시작을 앞둔 시점에 발생하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이웃 주민에 따르면 해당 세대는 최근까지 내부 수리가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한 주민은 “공사 중인 줄로만 알았지 실제 거주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어머니가 대피 직후 아이가 한 명 더 있다고 계속 호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 이후 노후 공동주택의 안전 설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건축 당시 기준에 따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초기 진화 장치가 부족한 구조적 한계가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주민은 경보 방송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내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방차 진입 지연 가능성 역시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간 표류해 온 재건축 논의가 이번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은마아파트는 1996년부터 20년 넘게 재건축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 속에서 사업이 본격화되지 못했다. 일부 주민은 “재건축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노후 설비 개선이 근본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다만 재건축 추진 여부와 이번 화재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향후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노후 단지의 경우 재건축 논의와 별개로 안전 설비 현대화와 소방 인프라 보강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거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 원인과 화재 확산 경로를 조사 중이다. 관계 기관의 정밀 감식 결과에 따라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새 출발을 준비하던 가족에게 닥친 이번 참사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 도시 주거 안전 정책의 구조적 과제를 환기시켰다. 재건축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거주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현실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