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초원을 달리던 영웅의 이름을 딴 요리가 있다. 바로 ‘칭기스칸 요리(ジンギスカン, Jingisukan)’다. 이름만 들으면 당연히 몽골 전통 음식처럼 느껴지지만, 놀랍게도 이 요리는 몽골이 아닌 일본에서 탄생했다.
칭기스칸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13세기 몽골 제국을 건설한 칭기스 칸이다. 초원을 누비며 대륙을 지배했던 그의 이미지 덕분에 양고기를 굽는 이 음식은 자연스럽게 ‘몽골풍’ 요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양고기 프로젝트
칭기스칸 요리는 1930년대 일본 홋카이도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양모 자급 정책을 추진하며 대규모 양 사육을 장려했다. 문제는 양고기 소비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리가 바로 ‘징기스칸’이었다.
특히 삿포로를 중심으로 양고기를 특유의 돔형 철판 위에 올려 굽는 방식이 정착되었다. 이 철판은 중앙이 볼록하게 솟아 있고 가장자리에 채소를 둘러 굽는 구조다. 고기는 중앙에서 기름이 빠지며 익고, 흘러내린 육즙은 채소에 배어 풍미를 더한다.
이 요리는 몽골 기병들이 투구(헬멧)를 뒤집어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전설에서 착안했다는 설도 있다. 물론 역사적 근거는 희박하지만, 이 스토리텔링 덕분에 음식은 더욱 이국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왜 몽골 음식처럼 알려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몽골에는 ‘징기스칸 요리’라는 이름의 전통 음식은 없다. 몽골에서도 양고기를 즐겨 먹지만, 일본식 돔형 철판과 양념 방식은 일본 고유의 조리법이다.
이름은 몽골, 탄생은 일본. 브랜드의 힘은 때로 원산지를 뛰어넘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요리는 홋카이도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에는 일본 전역은 물론 해외까지 확산되었다. 특히 일본 관광을 가면 삿포로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별미로 꼽힌다.
음식도 ‘스토리’가 만든다
칭기스칸 요리는 한 나라의 전통이라기보다 정책, 마케팅, 지역 정체성이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름 하나로 몽골의 광활한 초원을 떠올리게 하고, 돔형 철판 하나로 ‘유목민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우리는 맛뿐 아니라 이야기를 소비한다. 음식의 기원은 일본이지만, 그 이름 속에는 몽골 제국의 상징이 살아 있다. 역사와 마케팅이 결합해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익숙한 상식도 한 번쯤 의심해보자. 이름이 곧 원산지는 아닐지도 모른다. 초원의 영웅은 몽골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이름을 딴 요리는 일본에서 구워졌다.













